'파수꾼' 김영광 “죽음으로 끝난 결말, 살짝 아쉽죠”(인터뷰①)

입력시간 | 2017.07.17 오전 9:59:50
수정시간 | 2017.07.17 오전 9:59:50

사진=와이드에스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란 수식어로 충분하다. 김영광에게 ‘모델 출신’이란 꼬리표가 떨어진 지 오래다. 2008년 KBS2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연기를 시작해 어느새 지상파 주연으로 성장했다. 빠르진 않았지만 성장은 꾸준했다. tvN ‘아홉수 소년’(2014)부터 두각을 드러내더니 11일 종영한 MBC ‘파수꾼’(극본 김수은, 연출 손형석)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영광은 극중 서울중앙지검 검사 장도한 역을 맡았다. 속물인 척 하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선과 악 이분법적 구분이 무의미한 복합적인 캐릭터다. 김영광의 풍성하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극 초반엔 이시영이, 극 후반엔 김영광이 ‘하드 캐리’했다고 할 정도다. 그는 쑥스러운 듯 “캐릭터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습하고 의도한 것들이 맞아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장도한은 최종회에서 자신을 희생해 조수지(이시영 분)를 구한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불운한 인생을 살아온 장도한을 응원했던 팬들에겐 다소 허무한 순간이었다. 김영광은 “죄책감이 있었던 장도한에게 죽음 자체는 현실적인 결말”이라면서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 결말처럼 엔딩에 의문의 그림자가 나왔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종방연에서 김수은 작가에게 장도한의 죽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대목에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장도한 캐릭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웃어도 슬퍼보여야 하는” 인물이었다. 유난히 많은 감정신에서 강약조절이 필요했다. 김영광은 “처음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서 감정에 빠져 지나치게 많이 울었다”면서 “다시 찍자고 말씀드린 후 감정을 절제하는 버전으로 다시 촬영했다. 그런 선택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영화 ‘부당거래’ 속 류승범을 참고했다”는 그는 “테이블에 각기 다른 사진을 나열하는 듯 한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물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과 자세, 의상 등을 설정했다. 그는 “촬영 전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할 수 있어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와이드에스

“걱정이 늘 많아요.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도 신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죠. 선택에 확신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세분화 시켜서 준비를 해요. 스스로 부족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믿고 있어요. 대본을 성실하고 진실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가해요. 그런 것들이 쌓여 가는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어요.”

장도한은 외로운 인생을 살았다. 복수를 위한 대가였다. 캐릭터가 일상에 영향을 준다는 김영광은 “사소한 일에 외로움과 슬픔을 느꼈다.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웃었다. 장도한과 파수꾼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는 대목에서 그는 “이들에게마저 미움 받아야 하나 싶었다. 장도한이 안쓰러웠다. 그런 연민을 가지고 연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수꾼’을 촬영하는 동안 양심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론 상처나 아픔을 품고 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극중 러브라인도 없었다. 그는 “(극중)이시영과는 애정 보단 연민이었다”면서 “로맨스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장도한은 복수가 원동력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열일’ 해온 김영광은 “그런 의미에서 심정적으로 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파수꾼’을 끝낸 김영광은 영화 ‘너의 결혼식’ 남자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다. 영화 ‘불타는 청춘’으로 함께 한 박보영과 남녀 주인공으로 재회한다. 그는 “현실적인 멜로라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박보영이 워낙 잘하기 때문에 든든하다”고 웃었다.

어느덧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지 9년이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란 것에 대해 단련이 되고 깊이 빠질 수 있다. 연기라는 게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디데이’로 재난 장르를 해봤어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달라지는 인간의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전쟁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영화 ‘고지전’처럼 그 안에서도 인간다움이 있잖아요. 언젠가 해보고 싶어요.”
김윤지 기자ja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