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서브' 정현, 샤라포바 전 애인도 제압할까?

입력시간 | 2017.01.19 오전 6:00:00
수정시간 | 2017.01.19 오전 6:00:00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이 17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이틀째 남자단식 1회전에서 아르헨티나 렌조 올리보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날 정현은 올리보를 3-0으로 완파하며 생애 첫 호주오픈 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1·삼성증권 후원)이 업그레이드된 서브를 앞세워 메이저대회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05위인 정현은 지난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000만 호주달러·약 440억원) 남자단식 1회전에서 렌조 올리보(79위·아르헨티나)를 세트스코어 3-0(6-2 6-3 6-2)으로 제압했다.

겨우 1회전이지만 정현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세계랭킹 면에서 26계단이나 높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다. 주특기인 백핸드 위력은 여전했고 포핸드 랠리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서브의 위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 쉬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동안 정현은 서브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아왔다. 세계적인 선수에 비해 스피드와 파워가 떨어지다 보니 자신의 서브게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전체적으로 서브가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훨씬 빨라졌고 코스 공략도 좋았다. 첫 서브 성공률은 57%에 이르렀고 그 중 69%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심지어 두 번째 서브 득점률도 70%에 이르렀다. 반면 더블폴트도 1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한 것은 세 세트에 거쳐 단 1번뿐이었다. 서브가 잘 들어가다 보니 경기가 잘 풀릴 수밖에 없었다.

1회전을 잘 넘긴 정현의 2회전 경기는 19일에 열린다. 다음 상대는 더욱 만만치 않다. 세계랭킹 15위 그레고르 디미트로프(26·불가리아)다. 한때 ‘베이비 페더러’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주인공이다. 페더러 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세계적인 강자로 꼽기에 손색없다. ‘러시아 테니스요정’ 마리아 샤라포바의 전 애인으로도 더 유명하다.

정현으로선 벅찬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절대 넘지 못할 ‘넘사벽’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스타일 상 정현이 해볼 만한 상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미트로프는 지난해 정현이 맞붙었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2위)나 스탄 바브링카(스위스,3위)처럼 파워가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다. 1회전 모습대로라면 랠리 싸움에서 정현이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디미트로프는 페더러 처럼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선수다. 반면 정현은 투핸드 백핸드가 일품이다. 원핸드와 투핸드가 백핸드로 정면대결을 펼치면 일반적으로 힘과 안정성에서 투핸드가 유리하다. 그런 만큼 정현이 디미트로프의 백핸드를 집중 공략해 범실을 유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물론 1회전에서 보여준 정확하고 강력한 서브도 당연히 뒷받침돼야 한다.

정현이 메이저대회 1회전을 통과한 것은 2015년 윔블던 대회에서 본선 첫 승을 따낸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 출전했지만 모두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만약 정현이 2회전까지 이기면 자신의 메이저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된다. 동시에 한국 테니스 역사에 더욱 다가설 수 있다. 역대 한국 남자 선수가 메이저대회 남자단식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이형택(41·은퇴)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달성한 16강이다. 정현이 2회전을 넘어 3회전까지 승리한다면 이형택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석무 기자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