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10골-10도움' 어떤 장애물도 손흥민을 막을 수 없다

입력시간 | 2020.07.14 오전 5:00:00
수정시간 | 2020.07.14 오전 5:00:00

손흥민이 13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아스널과 경기에서 전반 19분 시즌 10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8·토트넘)이 세계 최고의 리그로 인정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시즌 ‘10골 10도움’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최정상급 공격수임을 기록으로도 입증했다.

손흥민은 1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0-1로 뒤진 전반 19분 상대 수비수 세아드 콜라시나츠로부터 공을 가로챈 뒤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왼발 로빙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36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역전 헤딩골을 도왔다.

이 경기 전까지 리그에서 9골 9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골과 도움을 모두 추가하면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10도움을 완성했다. 리그 재개 후 최근 5경기에서 골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이날 활약으로 ‘아홉수’를 싹 날려버렸다.

손흥민의 득점력은 이미 리그 최정상급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데 이어 프리미어리그 이적 후에도 두 번째 시즌인 2016~17시즌 14골을 시작으로 네 시즌 연속 리그 10골 이상 기록했다. 이번 시즌 리그뿐만 아니라 컵 대회나 유럽클럽대항전 경기 등을 포함하면 총 득점은 17골로 늘어난다.

손흥민의 축구인생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도움은 처음이다. 지난 3시즌 연속 리그 6도움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이번 시즌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축구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모습이다.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나서게 된 것도 도움이 늘어난 이유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손흥민이 두 번째다. 손흥민에 앞서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11골 18도움)가 도달한 바 있다.

유럽 5대 프로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로 범위를 확대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손흥민을 포함해 겨우 7명뿐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가 리그 역사상 최초로 ‘20골-20도움’을 달성했다. 메시에 이어 레알 소시에다드의 미켈 오야르사발(10골 10도움)도 기록을 이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제이든 산초(보루시아 도르트문트·17골 16도움), 세르주 나브리(바이에른 뮌헨·12골 10도움), 알라산 플레(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10골 10도움) 등이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프랑스 리그앙에서는 올 시즌 10골-10도움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

사실 10골-10도움 대기록을 수립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 시즌 중반까지 손흥민의 페이스는 역대급이었다. 지난 2월에는 5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6일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오른팔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이 그대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손흥민은 시즌 중 한국에 와서 수술을 받고 한참이나 재활에 전념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리그가 중단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리그가 멈춰선 사이 치료를 모두 마친 손흥민은 기본군사훈련까지 소화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팀에 복귀했다.

리그가 재개된 뒤 기대만큼 득점포는 터지지 않았지만 착실히 도움을 쌓았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기다렸던 골과 도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대기록을 완성했다. 지역 라이벌인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승리를 이끌었기에 활약이 더욱 빛났다.

차상엽 JTBC 축구해설위원은 “득점뿐 아니라 도움도 10개를 채웠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잘하는 ‘올라운더’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조제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수비 부담이 그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큰 부상을 당했는데도 이 같은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인정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현지언론들도 손흥민에게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동점골을 넣은 손흥민이 결승골까지 어시스트한 덕에 토트넘이 이길 수 있었다”며 손흥민을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 경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에 기뻐했을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MOM’으로 손흥민을 선정했다. 영국 축구전문매체 ‘풋볼런던’은 “훌륭한 칩슛을 넣었고, 역전골까지 도왔다”며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에 “열심히 뛰어준 팀 동료들과 응원해주는 많은 팬들 덕분에 오늘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오늘따라 팬들이 더 그립고 보고 싶다!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구단 공식 SNS를 통해서도 “팬들의 응원 덕에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승리를 챙겼다. 경기장을 가득 메워줬던 팬들이 그립다. 빨리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석무 기자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