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리틀~' 감독판 낸 이유 "TV 제약 많아"

입력시간 | 2019.03.20 오후 6:56:58
수정시간 | 2019.03.20 오후 7:12:45
  • 6부작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시사회
  • 29일 왓챠플레이 공개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폭력 노출 욕설…다 못했어요.”

스크린에서 TV라는 매체의 변화는 거장 박찬욱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박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 : 감독판’ 시사회 후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을 “방송인 박찬욱”이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박 감독은 영국 BBC와 손을 잡고 존 르 카레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6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BBC와 미국 AMC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박 감독은 “BBC는 폭력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며 “제 입장에선 다 못하는 거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폭력 수위가 심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덜어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박 감독이 감독판을 만들고, 왓챠플레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게 된 배경이 됐다. 그는 “TV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리틀 드러머 걸’을 한 게 아니라 ‘리틀 드러머 걸’을 하고 싶어서 드라마의 형식을 따른 것”이라며 “애초의 의도가 정확하게 구현된 버전을 온전하게 방송할 수 있는 서비스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왓챠플레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느꼈던 고충(?)도 얘기했다. 그는 “방송국과 제작사와 저 사이에 이견이 조금씩 있는데 그런 거야 늘 있는 일이고 여태껏 늘 토론하고 설득하고 양보하면서 원만한 마무리를 지었는데 이번에는 정신없이 편집해서 방송하기 바쁘니까 편집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드라마는 다음회를 보게 하기 위해서 각 에피소드의 마무리를 잘 짓는 게 중요했다”며 “영화 3편의 분량을, 예전의 저한테는 영화 1편의 분량만도 못한 횟수로 촬영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김우형 촬영감독의 순발력 덕분에 약속된 촬영 횟수를 초과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1979년 유럽을 배경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는 낯선 이야기다. 박 감독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가 좋은 점이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라며 자신도 잘 몰랐던 이야기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이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됐고 그 뒤에 관심이 생기니까 관련 기사나 다큐를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분단, 냉전, 대결, 전쟁 위험 등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하면 얼마나 외롭겠냐”며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계속 되풀이된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 분)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물로 오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된다.
객원기자oriald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