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 "'전참시' 제작진·책임자 당연히 처벌" (공식)

입력시간 | 2018.05.16 오후 8:36:22
수정시간 | 2018.05.16 오후 8:36:22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최승호 MBC 사장이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세월호 보도 영상을 사용해 빚은 논란과 관련, 입장을 전했다.

최승호 사장은 16일 오후 자신의 SNS 에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다”며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시며 당연한 반응이다”라며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최승호 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점”이라며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하고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앞선 이날 오후 서울 MBC 사옥에서는 세월호 참사 보도 배경을 사용한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오동운 홍보심의국 부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조연출의 잘못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연출의 면담결과, 그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뉴스 속보처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증언했으며, 세월호 관련 영상을 삽입한 것에 대해서는 ‘효과를 내기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조연출은 당시 배경만 흐리게 처리하고 ‘멘트’만을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동운 부장은 “조연출은 ‘세월호 참사 영상에 ‘어묵 먹방’을 삽입한 것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조롱은 아니며,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묵’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상이 5초 가량으로 매우 짧은데다 CG처리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작가 연출등 나머지 제작진은 시사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연출은 방송직후 홍보사 직원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영상이 방송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다시보기 중단과 재방송에서의 해당 장면 삭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능희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령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라고 볼수 없으며 방송사의 윤리 의식의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며 “해당 조연출과 연출, 부장과 예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사측에 의뢰했다.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제작 가이드라인을 점검하고 예능 본부내에 영상 사용에 대한 메뉴얼과 시스템을 정돈하고, 회사차원의 지속적인 재방 방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은 이어 “다시한번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뜻하지않게 피해를 본 출연진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모습을 전하는 과정에서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세월호 참사 보도때 사용된 자료 영상을 배경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MBC는 과거 세월호 참사 관련 왜곡 보도로 시청자의 공분을 산 바 있어 연이은 구설수로 큰 질타를 받았다. 제작진과 예능본부장에 이어 MBC 최승호 사장이 나서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파장을 줄어들지 않았다. MBC는 이에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구성해 사안을 면밀히 조사하겠다 입장을 밝혔다. MBC가 구성한 조사위는 MBC 기획편성국 조능희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선정, 오세범 변호사, MBC 경영지원국 고정주 부국장, MBC 예능본부 전진수 부국장, MBC 편성국 이종혁 부장, MBC 홍보심의국 오동운 부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하 최승호 사장 입장 전문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사건을 벌였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저희는 내부 인사가 이 사건을 조사해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세월호 유족들을 변호해오신 오세범 변호사님께 조사를 주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오세범 변호사님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수락해주셨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님과 내부 조사위원들이 1차 조사를 한 뒤에는 세월호 유족 대표들께 조사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유족들은 일부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당부하셨고 저희는 그 조사를 한 뒤 다시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MBC 제작진의 의식과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습니다. 방송 종사자들의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습니다.

오늘 MBC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꽃잎 편지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인 꽃마중 김미나 단장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김미나 단장님, 아니 건우 어머니의 말씀을 제 가슴 깊이 새깁니다. 아울러 그 말씀을 우리 MBC 구성원들에게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 들려주고 싶습니다. 세월호 뿐 아니라 우리가 다루는 모든 영상들은 그 영상이 찍힌 상황의 맥락이 제거된 채 재미의 소재로 사용돼서는 안됩니다.

물론 저는 MBC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어떤 방송사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고 더 싸웠고 더 고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한 것이었던가? 아직 우리의 성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