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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주차장으로 바뀌는 다리…車 무게 견딜 수 있을까

입력시간 | 2019.10.18 06:41 | 김보겸 기자 kimkija@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계천 인근 성북천교 위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 붉은 길은 보행자들을 위한 통로다. ‘불법주차 시 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표지판 앞에 차량 5대가 세워져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청계천 인근에 사는 신모(30)씨는 지난 13일 집 앞 다리에 일렬로 차량이 주차된 모습을 보고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신씨가 이 곳으로 이사온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주말마다 다리 위 불법주차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신씨는 “저러다가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까 불안해서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인 ‘다리 위 주차’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이뤄져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운전자, 보행자의 시야를 가로막아 교통 사고를 유발하고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을 높여 다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차하면 2000만원’ 경고문 있어도…아슬아슬 다리 위 주차

성북천교의 보행로 구간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볼라드가 설치된 모습(왼쪽). 지난해까지만 해도 볼라드가 있었지만 2019년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볼라드가 있었던 흔적만 남아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동대문구 풍물시장 인근의 성북천교는 2005년 세워진 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차량이 다닌다. 주말마다 이곳은 인근 풍물시장을 찾는 나들이객이 차를 대는 주차장으로 변한다. 지난 13일 찾은 이곳 보행자 통로 절반을 주차 차량이 가로막고 있었다. ‘차량 주·정차 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알림판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신씨는 “심할 때는 보행자 통로가 주차된 차들로 가득찰 때도 있어 사람이 지나가기조차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볼라드(자동차가 인도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세워 둔 구조물)가 설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이 마저도 사라지고 없다.

◇다리 위 주차가 붕괴 위험 높이는데도…서울시 “문제 없다”

이러한 다리 위 주차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33조는 터널 안이나 다리 위에 주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막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차량 주정차 시 하중으로 교각 구조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의 경우 사람이나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전제로 설계하기 때문에 차량이 계속해서 주차될 경우 다리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북천교의 허용 ‘주차 하중’은 135t이다. 해당 교량은 주차를 못 하게 돼 있지만 차가 다리 위에 멈춰 서 있을 시를 가정, 설계 시 135t을 견디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총 길이 39m, 폭 14.5m인 성북천로의 보도에 4.5m 길이, 무게 1.5t의 일반 승용차 8대가 빼곡히 일렬로 주차한다고 가정하면 하중은 약 12t이다. 주차 차량이 두줄로 늘어나면 하중은 약 24t이 된다. 허용 하중의 약 5분의 1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서울시는 우려와 달리 다리가 무너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계자는 “한강 다리에서도 교통체증이 일어나면 차들이 멈춰서 있을 때가 있다. 성북천교는 허용 주차 하중에 비해 안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그런 것들을 다 고려해 설계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서울시가 외부기관에 의뢰해 성북천교에 대해 안전진단 및 정밀점검을 맡긴 결과 성북천교는 B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B등급은 전반적으로 안전하나 관찰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정밀점검 보고서는 성북천교 상태를 “전반적으로 양호하나 교량의 특성상 부반력(차량 무게로 교량 상판이 들리는 힘)과 진동이 다소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측은 “B등급 구조물의 경우 2년마다 점검에 나서며 지금도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리는 주차장 아닌 통행로…실제 상황 고려한 점검 필요

다리 위 불법주차가 하중 부담을 줘 구조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한편 전문가들은 다리 위 주차가 지속될 경우 아무래도 교량에 피로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안형준 건축공학 박사는 “다리는 주차장이 아니라 통행로”라며 “사람이고 차량이고 일시적으로 지나간다는 전제하에 설계하고 시공한다. 거기에 상시적으로 차량이 주차돼 있다면 피로에 의한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로파괴는 하중이 반복될 때 일어나는 파괴를 말한다.

안 박사는 다리에 실제 작용하는 하중을 고려해서 점검하고 무엇보다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교량 정기점검을 할 때 다리 위에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안전점검이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주말마다 다리 위 불법주차가 반복된다면 장기 하중을 받을 때도 안전을 염두에 두고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 점검도 중요하지만 결국 주차 단속을 잘 하면 될 일”이라며 “지자체가 교량 위 불법주차를 샅샅이 단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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