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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의 글로벌pick]시위대? 떼강도?…그들은 왜 구찌매장을 터나

입력시간 | 2020.06.06 08:00 | 정다슬 기자 yamye@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부러진 자유의 여신상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백인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은 분명한 비극입니다. 이 비극에 공감하며 거리로 나온 수많은 미국인들의 분노를 감히 비난할 이는 드물겠죠.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약탈’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 현지시간 기준 미국 내 144개 한인 상점에서 약탈 등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자신을 미국에 사는 한인 교포라고 밝힌 독자 한 분은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솔직히 주방위군이 들어오면서 약탈이 진정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군 투입을 막은 주지사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열심히 삶을 일궈내시던 분들의 터전을 짓밟는 건 ‘폭력’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겠죠.

이로 인해 인종차별 폐지를 부르짖는 시위대가 일각에서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낮에는 ‘사랑과 평화, 평등’을 외치던 사람들이 밤이면 ‘도둑’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시위대와 약탈자들이 동일한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시위가 자연스럽게 혼란을 부르는 틈을 타 약탈을 하려는 범죄자들이 모여든다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같은 약탈 행위에 대해 “나는 약탈자들이 갱(gang)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상당수 약탈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적지 않습니다. 맨하탄 34번가에 있는 비즈니스 그룹 회장인 댄 비더만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약탈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 지역을 정찰한 뒤, 시위대가 떠난 뒤 상점을 습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월요일 하룻밤에만 이 지역 20개 상점이 털렸고 수억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나왔습니다. 그는 “약탈은 혼돈이 아니다”라며 “매우 잘 조직돼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조직적 범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루이비통 매장에 들어가 가방 등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당한 죽음에 대한 항의보다는 혼란을 틈타 명품을 하나 슬쩍 하려는 탐욕이 보입니다.(동영상) 그러나 이같은 현상 역시 미국 내 뿌리깊게 자리잡은 빈부 격차를 방증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대료를 감면해달라”, “부자를 내쫓아라” .

백악관 주변에는 이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나 낙서 등이 빼곡히 메워져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11주간 직업을 잃거나 무급휴직에 처한 이들은 4200만명,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이 심했습니다. 연 수입 4만달러 이하 가구 중 40%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시위는 플로이드 씨의 부당한 죽음으로 촉발됐지만,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다양한 동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따른 사회적 불만일 것입니다.

경제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에게 약탈은 부의 재분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은 1968년 당시 미국 폭동을 연구한 미국 저명한 사회학자 앤리코 쿼란탤리의 연구를 인용해 “시위에서 일어나는 약탈과 기물 파손은 다른 가치의 상징인 물체와 건물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파트 건물보다 경찰차, CNN 건물 등이 더 습격받기 쉽다는 것입니다. 구찌나 루이비통 매장도 그 중 하나겠죠.

약탈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재분배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해소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회학자 안드레아 S 보일스가 2014년 8월 9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소요사태 당시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 ‘혁명은 멈출 수 없다’에서는 편의점 약탈이 흑인 공동체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했다는 믿음)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책에서 ‘테드’라고 불리는 청년은 편의점을 터는 행위에 대해 자신이 돈이 없을 때 도와주지 않은 상점 주인에게 작은 고통을 준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의 빈부 격차는 인종 차별하고도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흑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백인의 60%에 불과합니다. 인구 10만명 당 코로나19 사망자는 흑인이 54.6명으로 백인(22.7명)의 2배 이상, 실업률 역시 흑인이 16%로 백인보다 2.5%포인트 높습니다.

가수 마돈나는 “코로나19 앞에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고 했지만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의 불평등은 더욱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경찰에게 목이 짓눌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다 숨진 플로이드 씨는 사후 코로나19 양성자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고 20달러 지폐로 담배 한 갑을 사려다가 이를 위조지폐로 의심한 직원의 신고로 체포됐습니다. 그의 죽음은 곧 ‘미국의 비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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