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맡긴 생선…운용사가 정하는 `펀드 위험등급`

입력시간 | 2020.01.15 오전 12:50:00
수정시간 | 2020.01.15 오전 9:31:54
  • 기술적으로 조정 가능한 위험등급…본질 그대로
  • 위험등급 운용사 맘대로…금감원·판매사 무검증 `하이패스`
  • "위험등급 한계 인식하고, 투자 보조 수단으로 삼아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작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A씨는 지난해 7월 망설인 끝에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했다. 애초 원금 손실을 우려했으나 은행 설명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직원은 “펀드 위험 등급이 4등급”이라고 했다. 위험등급 1~6등급 가운데, 4등급은 보통 이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석 달이 지나고 이 펀드는 환매가 중단됐다. 은행 직원은 A씨의 항의에 “위험 등급은 라임이 매긴 것”이라며 판매사에 책임을 돌렸다.

펀드 위험등급은 A씨처럼 일반 투자자가 투자를 저울질할때 가장 결정적인 판단 근거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펀드 위험 등급을 자산운용사가 정하고, 이게 적합한지 따지는 절차는 없어서 투자 판단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안전과 위험 섞으면 무조건 중위험?

14일 이데일리가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로부터 확보한 `라임 레포플러스 9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K-1호` 상품 제안서를 보면, 이 상품의 위험등급은 4등급 보통위험으로 매겨져 있다. 통상 펀드 위험등급은 가장 공격적인 1등급부터 가장 안전한 6등급까지 세분한다. 4등급은 중간보다 안전한 수준이다. 고위험자산(사모사채 등) 투자 비중이 50% 미만이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상품은 레포 우량채권 펀드(안전형 5등급)와 플루토 F1펀드(공격형 1등급) 등 2개의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다. 안전과 공격 성향 부모를 둔 덕에 중단 단계의 자녀(4등급)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사를 통한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펀드 편입 비중이 4등급 기준에 맞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라임운용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운용 규모를 키워왔기에, 플루토 F1 부분의 사모펀드 투자 비중이 50%를 초과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플루토 F1펀드는 환매가 중단돼 있다.

위험은 기술적으로 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는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투자 위험에 물을 타는 것이 만사가 아니다. 이 제안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A씨는 통화에서 “위험등급이 4등급이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매사의 설명을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셀프 평가와 셀프 견제

문제는 위험 등급을 기술적으로 조정하는 데 제동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119조가 근거다. 이 조항은 시행령에서 `투자위험요소를 기재하라`고 정한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증권신고서에 위험등급을 기재하는 것이다. 위험 등급은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을 근거로 매긴다. 적어도 5단계, 세분화하면 7단계로 위험을 나눠야 한다. 운용사별로 다르지만 6단계 이상으로 위험 등급을 두는 게 보통이다.

위험등급을 자산운용사가 매기고,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는 없다. 펀드 자산의 특성이 무엇인지가 위험 등급을 가르는 변수이지, 자산의 건전성을 반영할 여지는 없다. 위험등급은 펀드 설정 이후 3년 후에 재설정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 기간 수익률 변동폭을 반영해 조정한다. 이런 이유에서 갓 설정한 신생 펀드나 트랙 레코드가 미미한 펀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상품을 출시하려면 상품 개발과 운용,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참여해 협의체를 꾸린다”며 “이들이 모여 자체 기준에 따라 위험 등급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체를 구성하는 이유는 내부 견제를 위한 것”이라며 “운용사별 여건이 다르므로 모든 운영사에서 스스로를 견제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뢰가 낳은 無검증

이 과정을 거친 위험등급은 증권신고서에 담겨 금감원으로 간다. 금감원은 위험등급 자체를 평가하지 않는다. 위험등급 △산출 기준 △근거 자산 △적합성 등은 증권신고서 심사 대상이 아니다. 그나마 공모펀드는 나은 편이다. 사모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사후 보고로 제출한다. 사전에 탈이 날 가능성을 감지하지 못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위험등급은 회사 내부 통제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모펀드는 투자 자산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위험 등급을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금감원을 거친 위험등급은 상품에 매겨져 판매사로 넘어간다. 판매사의 여과 기능을 기대하기란 더 어렵다. 상품을 파는 것과 상품을 검증하는 것은 별개기 때문이다. 재검증 무용론도 제기된다. 운용사과 금감원을 신뢰하는 탓에 하자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다. 판매사 관계자는 “판매사는 운용사에서 완성품을 가져오는 것이지, 완성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과정을 따지는 않는다”며 “관여하면 판매사가 운용사에 주문해 만든 OEM 펀드라는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펀드 위험 등급의 적합성을 따지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어디까지나 운용사 선의에 기대는 것이 최선인 상황인데, 탈이 날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는 게 차선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가 위험 등급 자체의 한계를 인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주요 수단이 아닌 보조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재욱 기자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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