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혁 PD "'우아한 가'는 열린 결말…콘텐츠 파워 실감"

입력시간 | 2019.10.19 오전 12:10:56
수정시간 | 2019.10.19 오전 12:10:56
  • '우아한 가' MBN 개국 후 최고 기록…드라마 역사 써
  • "마지막회 2시간 편성…덜어낼 장면 없어 내린 결정"
  • "이규한 맡은 모완수 캐릭터에 애정…차기작 부담돼"

우아한가(사진=MBN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미지의 영역에 처음 발을 내딛는 듯한 어색함과 감격스러움이 공존하는 느낌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MBN·드라맥스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家)’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 방송된 ‘우아한 가’ 마지막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MBN 8.5%, 드라맥스 1.6%, 총 10.1%로 자체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MBN 개국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인데다 동시간대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방송 중 종합 1위를 거머쥔 것 역시 처음이다. ‘우아한 가’의 연출자 황혁 PD는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잘 만든 콘텐츠의 파워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우아한 가’ 마지막회는 이례적으로 기존 방송분보다 두 배를 늘린 2시간으로 편성됐다. 황혁 PD는 “어디 하나 덜어낼 장면이 없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다행히 많은 시청자들이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시청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전날 스케줄 여유가 되시는 배우분들과 메인스태프들이 다같이 극장에 모여 마지막회 관람을 했고 모두가 만족했다”고 말했다.

‘우아한 가’는 대한민국 상위 0.001% 재벌가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는 ‘끔찍한 비밀’을 두고, 이를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의 치열한 공방전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다. 살인사건으로 엄마를 잃은 MC그룹의 셋째딸 모석희(임수향 분)가 동네변호사 허윤도(이장우 분)와 함께 한제국(배종옥 분)이 수장인 MC그룹 오너리스크관리팀 ‘TOP’에 대항해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첫 방송 시청률 2.6%로 시작해 4배 가까이 껑충 뛴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황혁 PD는 이에 대해 “색다르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지 몰라서 얼떨떨하다”고 했다.

MBN은 종합편성채널 중 드라마 분야에선 후발주자인데다 편성 시간도 오후 11시로 늦은 시간이었던 만큼 우려도 컸다. 황혁 PD는 “여러가지 우여곡절들이 결국에는 드라마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연기자와 제작진 모두 본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과 능력들을 보여줬다. 좋은 대본과 연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회는 특히 15년 전 MC그룹 며느리 안재림(박혜나 분) 살인사건의 진범이 첫째 아들 모완수(이규한 분)였다는 사실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이규한이 진짜 주인공이었다’,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주인공이 드러났다’ 등 반응을 쏟아냈다.

황혁 PD는 “이규한이 연기한 모완수 역할에 대한 이런 저런 추측과 말들이 많아 주변에서 물어올 때마다 오히려 말을 아껴왔다”며 “모든 극 중 인물이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던 배역, 캐릭터이기도 했다. 이규한의 연기력이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MC그룹 가족들의 잘못들이 밝혀지며 처벌을 받는 모습, 제 손으로 죄를 뒤집어쓰고 구속되는 것을 택한 한제국, MC그룹의 최대 주주에 오른 모석희, 허윤도가 맡은 새로운 TOP팀 등 통쾌한 ‘사이다’ 엔딩 역시 호평을 받았다.

황혁 PD는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단순한 ‘권선징악’ 엔딩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열린 결말의 느낌이다. 모든 상황이 다 정리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회 말미 쿠키영상을 통해 그럼에도 여전히 부조리하고 부당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라는 경각심을 줬다”며 “TOP팀과 같은 인재들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꾸밀지 자신들의 능력을 과연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등 궁금증을 유발하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황혁 PD를 포함한 ‘우아한 가’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들은 유종의 미를 거둔 기념으로 오는 21일 베트남 나뜨랑으로 포상휴가를 떠난다. 황혁 PD는 “스포츠로 치자면 우승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성취감도 있고 다들 뿌듯한 기분을 많이 느낀다”며 “그동안 고생한 만큼 열심히 푹 쉬고 올 것이다. 마지막회 시청률도 좋게 나와 월요일에 기분 좋은 얼굴들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포상휴가를 다녀오고 나서는 내년 상반기 방영을 목적으로 차기작 검토 및 준비에 본격 매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공을 거둔 만큼 부담도 많이 따르는 것 같아요. 작품 선택에 더 신중해지더라고요. 이규한이 제작발표회에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MBN 드라마는 ‘우아한 가’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 말처럼 돼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더 좋은 드라마를 기획 발굴 해나가야죠.”
김보영 기자kby5848@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