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르노 배우도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입력시간 | 2019.05.21 오전 8:21:25
수정시간 | 2019.05.21 오전 8:21:25
[이데일리 스타in 정준화 기자] ‘형 알지?, 형 믿지?’. 국내 한 게임 회사가 일본 포르노 배우 시미켄을 광고 모델로 섭외해 내세운 홍보 문구다. 시미켄은 지난 2월 3일 한국에서 ‘시미켄TV’ 채널을 개설한 이후 3개월 만에 무려 40만 구독자를 모으며 단숨에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됐다.

그가 ‘핫’한 스타들만 찍는다는 게임 광고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출연 비디오 9300편, 1만 명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춘 배우’.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간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분야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해당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파괴력을 더했다. 콘텐츠에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담았는데, 심지어 ‘한국인’이라는 타깃까지 명확하다.

시미켄의 사례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 시대 미디어 환경을 대표한다. 전문성·흥행성·대중성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콘텐츠만 흥미롭다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사람의 관심을 이끌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 또한 명확하다. 모두 볼 수 있는 플랫폼에 검증과 제한 없이 무분별한 콘텐츠가 올라온다. 화제성만 있다면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시미켄의 경우와 같이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입맛대로 ‘이미지 세탁’이 가능하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지상파 방송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반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일부 콘텐츠의 시청 연령 제한’이 고작이다. 심지어 이마저도 유저가 직접 설정한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유튜브와 같은 국외 전기통신사업자라 할지라도 개인정보 유출ㆍ음란물 유통ㆍ허위사실 유포 등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3회 위반할 때 서비스를 임시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계획에 불과하다. ‘정부가 미디어를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어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런 대비도 못 한 채 변화하는 미디어의 흐름 속에 편승한 무분별한 콘텐츠의 뒷모습만 쳐다봐야 하는 게 아닌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