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스·레드스킨스,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 팀명 바뀐다

입력시간 | 2020.07.05 오전 6:00:00
수정시간 | 2020.07.05 오전 6:00:00

100년 넘게 이어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팀명이 최근 인종 차별 철폐 운동에 맞춰 변경된다. 사진=AFPBBNews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은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팀명과 마스코트가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난 뒤 인종 차별 문화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미국 사회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인종 차별적인 행동과 유산도 없애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몇몇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은 인종 차별적인 팀명을 바꿔야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메이저리그 야구(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북미미식축구리그(NFL) 워싱턴 레드스킨스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이 미국 사회의 새로운 움직임에 발맞춰 팀명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4일(이하 한국시간) 전했다.

클리블랜드 구단은 “우리는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회 정의와 평등이 증진하도록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며 “팀명이 공동체와 연결하는 가장 뚜렷한 방법의 하나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구단은 1984년 그랜드 래피즈 러슬러스로 창단한 뒤 ‘레이크 쇼어즈’(1900년), ‘블루버즈’(1901년), ‘브롱코스’(1902년), ‘냅스’(1903~14년)을 거쳐 1915년 인디언스로 개명했다.

사실 ‘인디언스’라는 팀명은 아메리칸대륙 원주민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다.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에서 활동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야구선수 루이스 소칼렉스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의미였다. 치아를 하얗게 드러내고 활짝 웃는 아메리칸대륙 원주민의 모습을 형상화한 ‘와후 추장’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클리블랜드 구단은 2010년대 들어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모자, 유니폼 등은 물론 각종 구단 마케팅에서 ‘와후 추장’ 이미지를 뺐다. ‘와후 추장’은 공식적으로 모습을 감췄지만 100년 넘게 사용해온 ‘인디언스’라는 팀명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팀명 교체의 압박이 심하게 들어오자 결국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현재로선 과거 과거 사용했던 ‘스파이더스’가 유력한 상황이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레드스킨’은 피부가 붉은 아메리칸 원주민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워싱턴 구단 역시 오래전부터 구단 명칭 논란에 시달려왔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내가 워싱턴 레드스킨스 구단주였더라면 팀명을 바꿨을 것이다”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부터는 구단명 상표등록 취소 및 로고 사용 금지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ESPN 등 미국 방송사 및 언론들은 경기 중계 및 기사에 ‘레드스킨스’ 팀명 대신 ‘워싱턴 풋볼팀’으로 표기하고 있다.

워싱턴 구단은 ‘레드스킨스’가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며 팀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구단의 주요 스폰서인 세계적인 물류 업체 페덱스가 팀명 교체를 요청하자 워싱턴 구단이 즉각 검토하겠다며 고집을 꺾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193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로 창단했다. 이후 1933년 보스턴 레드스킨스로 팀명을 바꿔 1936년까지 이어왔다. 1937년 연고지를 워싱턴으로 옮기면서 워싱턴 레드스킨스로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워싱턴 레드스킨스 이외에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역시 팀명이 인종차별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하지만 애틀랜타 구단인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석무 기자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