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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육지 속의 섬' 봉화에서 옛 선비의 풍류를 엿보다

입력시간 | 2018.07.13 00:00 | 강경록 기자 rock@

영남 최고의 정자라 불리는 경북 봉화 달실마을의 ‘청암정’. 조선시대 충신인 충재 권벌이 큰아들 권봉보와 함께 지은 정자다. 사계절 내내 경치가 뛰어나다 보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경북 봉화=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봉화는 은둔의 땅이다. 백두대간의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가 봉화를 울타리처럼 둘러싸 ‘두메산골’이란 접두사가 예사로 붙었다. 그래서일까. 이 땅의 선조들은 봉화에 정자와 누각을 세우고 한세상을 아늑하게 보냈다. 봉화 땅 여기저기에 103개의 정자가 터를 잡고 있다. 사라진 정자까지 합하면 170개가 넘는다. 이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지세와 산세, 물길에 따라 정자 생김새도 가지가지다. 그만큼 봉화의 산천은 수려하다. 이 중 청암정은 단연 봉화 정자의 상좌 격이다. 폭양이 내리쬐는 계절, 고즈넉한 풍광 속에 자리 잡은 봉화의 정자를 찾아 풍류에 빠져본다.

청암정에서 바라본 서재 ‘충재’



◇5백 년 세월 묵은 청암정에 앉아 풍류에 ‘흠뻑’

청암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답다.

봉화읍에서 36번 국도 구도로를 따라 2km쯤 가면 ‘달실마을’이다. 창평천이 감싸 돌며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고즈넉한 한옥 동네다. 이 마을을 조선시대 충신인 충재 권벌(1478~1548) 선생이 터를 잡은 뒤 지금까지 500년 넘게 후손들이 지켜 온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마을의 지세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해 ‘달실마을’로 불린다. ‘달실’은 닭 모양의 마을을 뜻하는데 국어표준어법상 ‘닭실마을’이지만 고유명사여서 ‘달실마을’로 부른다. 조선 중종 때 문신인 충재 권벌 선생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 지금도 100여 가구가 함께 모여 산다.

조선시대 풍수 대가인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경주 양동마을·안동 내앞마을·풍산 하회마을과 함께 4대 길지로 손꼽은 곳이다.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 구조다. 마을에는 종택과 더불어 청암정·석천정사·삼계서원·추원재·충재박물관 등 5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문화유산이 남아있다. 지금은 충재 19대 종손인 권용철(45) 씨가 종가의 고택과 박물관을 관리하고 있다.

조선중기의 이름난 유학자이자 선비인 충재 권벌의 종가마을인 달실마을을 지키고 있는 19대 종손 권용철씨와 종부 권재정 부부.



청암정은 충재 선생이 큰아들 권동보와 함께 세운 정자다. 특이한 것은 보통 정자라면 평평한 자리에 세우지만, 청암정은 자연 그대로인 바위 위에 정자를 올렸다는 점이다. 거북 모양을 한 너럭바위를 다듬지 않고 주춧돌과 기둥의 높낮이를 조절해서 집은 지은 것이다. 사방을 연못으로 둘러 장대석 다리가 없으면 정자에 오를 수가 없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뜬 거북 등에 정자가 놓인 형상이다. 사계절 내내 워낙 경치가 뛰어난 정자다 보니 ‘동이’ ‘스캔들’ ‘바람의화원’ ‘정도전’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가 됐다.

청암정에 오르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청암수석(靑巖水石)’ 편액이다. 특이한 전서 글씨로 된 것이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사람도 있겠지만, 글씨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 만하다. ‘미수전’으로 유명한 미수 허목(1595~1682)가 쓴 편액이다. 이 편액은 미수가 청암정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듣고는 한 번 찾아가 보려고 했으나 결국 가보지 못하고, 별세하기 사흘 전에 그 마음을 담아 써 준 작품이다. 정자에 걸린 편액은 근래 새로 만든 것이고, 원본은 청암정 옆 충재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청암정 앞 조그만 집 한 채는 서재인 충재다. 세 칸짜리 낮은 지붕 건물로 누추하지 않고 검소하다. 군더더기 없이 골기 서린 꼿꼿한 선비 정신이 묻어난다.

백두대간식물원의 마스코트인 호랑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 ‘백두대간수목원’

달실마을에서 춘양면 방향으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곳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있다. 지난 5월 정식 개장했다. 부지 규모만 5179ha로, 약 1567만 평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각종 전시원과 연구시설이 자리한 중점시설지구(206ha)와 산림보전지구(4973ha)로 나눠진다. 백두대간 상징인 호랑이와 산림 생태계를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방문자센터에서 관람 시간과 입장료를 확인하고 매표소에서 관람권을 구매할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끈 볼거리는 역시 ‘백두산 호랑이’다. 백두산 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의 일종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6종의 호랑이 중 가장 몸집이 크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일본은 호랑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인다는 구실로 무자비한 도륙 작전을 펼쳤다. 호랑이가 한반도의 정기와 한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다. 현재 동북아 지역에 남은 호랑이는 130~150마리가 전부다.

백두대간식물원 방문자센터



호랑이 숲은 산림보전지구에 있다. 축구장 7개 크기의 면적인 4.8ha(약 1만4500평)에 호랑이 생육에 적합하도록 자연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활용해 실감나게 조성했다. 포천 국립수목원과 서울대공원에서 옮겨온 호랑이 세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열세 살 암컷 ‘한청’이, 일곱살의 수컷 ‘우리’, 열일곱 살 수컷 ‘두만’이다. 그중 나이가 많은 두만이는 사육동에서 생활해 관람객이 볼 수 있는 건 한청이와 우리뿐이다. 관람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오후 4시까지다. 사실, 호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해가 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움직이는 호랑이를 보기는 힘들다 .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거울연못, 고산습원, 암석원,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등 전시원만 27개에 달한다. 워낙 넓어 트램(노면전차)을 타고 이동하는 게 편하다. 트램은 주중 15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백두대간식물원 전망대에서 암석원



◇여행메모

△가는길= 닭실마을이 있는 봉화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을 나와 바로 만나는 931번 지방도로에서 우회전해 조금만 가면 5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서 우회전해 5번 국도로 들어서 영주 방향으로 달린다. 영주 시내 들어가면 봉화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을 해 36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 봉화가 나온다. 봉화읍을 비껴가는 우회도로를 달리면 바로 삼계사거리가 나오고 이 사거리를 직진하여지나 철교 밑을 지나자마자 바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달실마을이다

△먹을곳= 봉화의 대표 음식은 송이 요리이다. 이곳 송이는 태백산 기슭의 굵은 모래에서 자라 다른 지역보다 수분 함량이 적어 단단하고 향이 우수하다. 매년 10월 초에 송이축제가 열린다. 봉성면의 용두식당(054-673-3144)과 봉화읍에 있는 솔봉이송이요리전문점(054-673-1090)이 유명하다. 송이돌솥밥을 시키면 머위, 취나물 등 10여 가지의 산나물 반찬이 나온다. 밥알을 씹을 때마다 송이 향이 난다.

용두식당 송이돌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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