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ATM 골퍼’ 이유호 “2부 투어에서도 기부는 계속…작게나마 힘 보태고 싶다”

입력시간 | 2021.02.19 오전 6:00:00
수정시간 | 2021.02.19 오전 11:29:15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버디와 이글을 잡을 때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

지난해 처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누빈 이유호(27)는 ‘ATM 골퍼’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얻었다.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월요일마다 버디 하나에 1만원, 이글 하나에 2만원씩을 사회복지법인 서서울생명의전화에 보내기 위해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찾으면서 생긴 별명이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때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컷 탈락해 상금을 1원도 받지 못해도 ATM을 찾아 버디와 이글 수에 따른 적립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꿈에 그리던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만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하게 됐다”며 “거창하지 않고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ATM 골퍼, 기부 골퍼 등 좋은 별명을 붙여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유호가 지난해 기부한 금액은 58만원이다. 그는 지난 시즌 KPGA 코리안투어 KPGA 선수권대회부터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까지 총 7개 대회에서 54개의 버디와 2개의 이글을 잡아냈다. 이유호의 뜻깊은 기부금은 자살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활동을 하는 데 사용됐다.

많은 사회복지 단체 중 자살예방기관인 서서울생명의전화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이 하루 평균 37.7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OECD 자살률 1위(2019년)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뉴스가 매일 나오는 걸 보고 자살예방기관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절망에 빠지거나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이 마음을 다잡는데 작게나마 힘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70위 안에 들지 못한 이유호는 올해 2부 투어인 스릭슨투어를 누비지만 기부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보다 상금 규모가 작은 스릭슨투어를 주 무대로 활동하지만 기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버디와 이글을 잡을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유호가 올해 목표로 잡은 기부액은 100만원이다. 그는 “2부 투어가 열리는 코스 세팅이 1부 투어보다 쉬운 만큼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시즌 정규투어를 누비며 알게 된 퍼트와 그린 주변 어프로치 등 단점을 보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만큼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부 2년 차가 된 이유호는 골프 선수로서의 뚜렷한 목표도 생겼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내가 골프를 잘 쳐야 하는 걸 알게 됐다”며 “올해 목표는 3승 이상을 거두고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스릭슨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뒤 내년에 KPGA 코리안투어를 주 무대로 삼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유호의 선한 영향력은 동료 선수들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그는 “처음 기부를 한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졌을 때 ‘너부터 신경써라’, ‘그 돈을 기부해서 뭐하냐’ 등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기부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거나 응원을 해주는 동료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금액보다 마음인 것 같다”며 “더 많은 동료들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항상 모범을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유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등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도 표현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한국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꼭 PGA 투어와 JGTO도 경험해보고 싶다”며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떤 투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유호.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객원기자happy23@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