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중고차 철수 4년만 재도전…SK렌터카, 인증 중고차 `노크`

입력시간 | 2021.07.28 오후 4:34:00
수정시간 | 2021.07.28 오후 9:06:49
  • 연초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 위한 준비 착수
  • 시장 잠재성 등에 업고 모빌리티 사업 강화
  • 시장 개방 눈앞‥대기업 릴레이 진출 신호탄 가능성도
  • 완성차와 중고차 점유율 두고 경쟁 불가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SK그룹이 중고차사업을 정리한 지 4년 만에 재개한다.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모빌리티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SK렌터카가 중고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그룹, 중고차 시장 잠재성 ‘군침’

28일 재계와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인증 중고차사업 진출을 준비 중으로 확인됐다. SK렌터카는 현재 판매 중인 렌터카에 한해 기업대기업(B2B) 방식으로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SK렌터카는 범위를 넓혀 인증 중고차 형태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SK렌터카가 본격적인 중고차 판매 사업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SK그룹은 2017년까지 ‘SK엔카’를 통해 중고차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SK그룹은 2013년 중고차시장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영향력 확대에 제한을 받았다. SK그룹은 SK엔카 직영 사업부를 사모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에, SK엔카닷컴 지분을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각각 매각했다. 이후 직영 사업부는 케이카로, SK엔카닷컴은 엔카로 브랜드 이름을 바꿔 국내 중고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SK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다시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는 시장 잠재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등록 통계업무기업인 ‘CL M&S’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총 395만건으로 신차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케이카는 2년 연속 매출 1조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 진출을 막고 있는 규제가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시장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재추천하지 않으면서 대기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완성차업계는 중고차시장 진출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딥체인지(근본 혁신) 비전 아래 모빌리티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의 중고차시장 재진출은 그룹의 강점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베터리 사업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 그룹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렌터카는 연초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면서도 “다만 사업 진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인증 중고차 두고 현대차와 경쟁 불가피

업계에서는 SK렌터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완성차업체 가운데 중고차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자동차(005380)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중고차시장이 개방되면 완성차업체들의 점유율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예를 들어 완성차업계가 시장에 진출하되 중고차 점유율 10% 내외로만 판매하는 식이다.

SK렌터카의 인증 중고차 형식도 현대차와 유사한 구조를 가질 전망이다. 완성차업계는 5년·10만키로미터(km) 미만의 차량에 한해 인증 중고차 형태로 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들어올 경우 독점 문제가 제기됐는데 SK렌터카의 진출로 문제가 해결됐다”며 “완성차에 이어 SK렌터카까지 중고차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상 다른 대기업들도 중고차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사례를 비춰보면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서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기자dindibu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