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사고, 은행 책임 안묻겠다"…한발 물러선 금융위

입력시간 | 2021.07.22 오후 3:07:16
수정시간 | 2021.07.22 오후 3:07:16
  • 윤창현 의원에 금융위 서면답변 제출
  • “고의·중과실 없으면 제재 없을 것”
  • “면책 생각도 말라”던 은성수 입장과 결 달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금세탁 등 가상화폐 거래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실명확인 계좌 개설을 맡은 은행의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제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가상자산사업자의 위법행위와 관련해 은행의 고의·중과실이나 직접적인 연루사실이 있지 않은 한, 실명계좌 개설만을 이유로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확인 계좌를 내준 후 거래소 잘못으로 위법 행위가 발생하면 은행에 감시감독 소홀 책임 외에 실명인증 계좌발급에도 책임을 묻는 것이냐”고 질의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금융위는 “개별 사례별 구체적인 정황 등을 감안해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 등을 거쳐 판단할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이는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단칼에 거절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 발생시 실명계좌 발급 과정에서 은행의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은행권의 요청에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거래소의 사업자 신고 기한이 9월24일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이나, 은행권에서 실명확인 계좌 개설을 꺼려 거래소 줄폐업 우려가 커지자 은행압박의 수위조절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성수 위원장의 강경 일변도 발언보다 수위가 꺾였다”며 “금융위 내부에서도 거래소 신고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금융위는 다만 사고발생시 거래소와 은행 등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를 가이드라인 마련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이미 명시돼 있단 이유다. 직업(직종)·거래유형을 포함한 고객확인과 의심거래보고(STR),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의무는 거래소와 은행에 동일하게 부여하지만, 거래소엔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기록하게 하는 등 추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단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위가 이달 말까지 진행할 거래소에 대한 컨설팅 내용 및 결과는 은행의 실명확인 계좌 개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컨설팅에선 (거래소) 신고 준비사항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체계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고 신고 서류 등 원활한 신고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실명계좌 발급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컨설팅 내용·결과를 은행권과 공유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을 마무리해도 두달 내 당국에 신고할 개래소가 최종 몇 곳이 될진 금융위도 예상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원활한 감독을 위한 적정 거래소 수에 대해서도 “사전적으로 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감독 및 검사인력 확보를 위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실무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위는 9월24일 이후에도 바이낸스와 같은 외국 가상자산거래업자들이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지 않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면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아울러 검·경 등 수사 기관에 고발하고, 불법 사업자 처벌을 위해 외국 FIU와의 협력, 국제 형사사법공조 등을 적극 추진한단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이트 접속 차단시 이용자들은 본인 소유의 금전, 가상자산 등을 원활하게 인출하지 못할 수 있다”며 “피해 방지를 위해 필요 시 본인 소유의 가상자산 등을 신속히 인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영 기자bomnal@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