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피우는데 뭐가 문제냐고?"...칼부림 부르는 층간흡연

입력시간 | 2022.06.23 오후 4:19:08
수정시간 | 2022.06.24 오후 1:44:06
  • 층간흡연 민원 증가 추세
  • 간접흡연, 정신적 고통·건강 악화 원인
  • 실효성 있는 대책 미비
[이데일리TV 심영주 기자] 서울 한 아파트에 사는 유모(47세)씨는 이맘때 날씨가 제일 싫다. 4~5시간에 한번 꼴로 아래층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와 창문 한 번을 제대로 못 열어서다. 자기 전에도 통과의례처럼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 유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관리사무소에 안내방송을 부탁하는 정도다. 그마저도 밤이나 주말에는 할 수 없다. 참다못한 유씨는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을 붙이고 창 밖으로 소리도 질러 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유씨는 “몇 호에서 피우는지 알면 직접 부탁이라도 할 텐데 어디에서 피우는지 알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라며 “집에서 시원한 바람도 쐬면서 있고 싶은데 환기조차 마음껏 하지 못한다. 담배 냄새가 집안에 퍼질까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정신병이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유씨처럼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사이에서 층간흡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요즘처럼 날이 더워지면서 창문을 열 일이 잦아지면 갈등은 더 드러난다. 실제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 담배 냄새(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2844건으로 2019년 2386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간접흡연 및 층간소음 민원 현황’ 자료에서도 2020년 간접흡연 민원은 256건으로 2019년 114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층간흡연과 같은 간접흡연은 정신적 고통을 넘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간접흡연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고혈압, 심장질환 등이 생길 가능성이 증가한다. 아동은 폐 기능 발달 저하, 호흡기 질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 등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층간흡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공동주택의 입주자·사용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있어 실효성이 없다. 또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 등이 입주자에게 흡연 중단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들도 세대 내 금연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현실적으로 입주자 흡연을 일일이 제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금연아파트도 층간흡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주 가구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금연아파트 지정이 가능한데 그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이마저도 복도·계단·엘리베이터 등 외부 공용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거라 집안 베란다나 화장실에서의 흡연은 막을 수 없다.
심영주 기자szuu0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