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아니라 누가와도 안돼!"...호텔까지 언급한 그의 '내공'

입력시간 | 2023.01.25 오후 3:52:18
수정시간 | 2023.01.25 오후 3:52: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중 반대 의사를 밝힌 상인을 설득하며 내공을 보여줬다.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백 대표는 예산시장 천장에 차양막을 치길 원했으나 일부 상인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상인들에게는 몇십 년 동안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 삶의 터전인 시장이 새롭게 변화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클 것이라는 부분에서 이해가 되는 장면이었다.

사진=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 영상 캡처

특히 건어물을 판매하는 상인은 “시장은 환해야 한다”며 “백종원이 아니라 누가 와도 안 된다”며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건어물 사장은 현장에 나타난 백 대표에게도 “여기(시장)는 어두우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물건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장사가 잘되려면 시장에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되죠?”라고 물으며 30년 전보다 많이 줄어든 시장 방문객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장 리모델링 후에도) 손님이 없고 장사가 더 안된다면 (차양막) 다 뜯어내고 보상해 드릴게”라며 “반대로 손님이 늘어서 장사가 잘되면 어떡할 거에유? 수익금의 반은 나 줘요”라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건어물 사장은 “알았어요. 드릴게요”라며 옅은 미소를 띠었고, 백 대표는 “법적(?)으로 다 녹화해요”라고 답하며 얼었던 현장 분위기를 녹였다.

백 대표는 상인들을 상대로 시장 리모델링 필요성에 대한 설득뿐만 아니라 ‘골목식당’에서처럼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건어물 사장에게 ‘전주 가맥집’ 견학을 제안했고, 그가 판매하고 있는 다른 제품을 가리키며 “식초, 간장 팔아도 매출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애석하게도 시장은 마트와 경쟁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장 리모델링을 비롯해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만들어보자”는 게 백 대표의 생각이었고,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식을 이용한 테마’를 내세운 것이다.

그 가운데 백 대표는 음식과 관련 없는 종목들, 그 예로 건어물과 식료품을 같이 팔던 가게를 건어물을 직접 구워서 관광객에게 판매하도록 했다. 제안뿐만 아니라 먹태를 굽는 기계도 선물했다.

백 대표는 입대 일주일 남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맏형 진을 예산시장으로 불러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5일 예산 시장 모습 (사진=예산군)

예산시장의 ‘야시장화 전환’까지 내다보고 있는 백 대표는 최근 화제가 된 예산 내 호텔 건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산 관광와서) 잔다고 짐 풀고 슬리퍼 신고 반바지 입고 쫄래쫄래 나와서 시장에서 한잔 먹고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본에서는 호텔도 운영하고 있으니까 근처에 숙소 될 수 있는 테마를 만들어 보려고 그런다. 우리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거기 온천 나왔어요?’ 이러더라. 여기(예산)에 호텔을 지으려고 하니까 미쳤느냐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예산 시장에 진심인 백 대표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 댓글을 통해 “예산 시장과 지역 경제 살리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의견 적극 참고해서 앞으로 개선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하나 부탁 말씀 드리겠다. 영상 내용과 관련해 일부 상인분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계신다. 지금 예산 시장은 기존의 상인분들과 잘 소통하고 협력해서 변화하는 중이오니 아무쪼록 비난이나 욕은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창업한 시장 내 5개 점포 및 신메뉴 등을 개발한 기존 점포 7개소는 연일 방문객 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 9일 문을 연 이 점포들은 설 연휴 전인 지난 20일 이미 누적 방문객이 1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엔 ‘먹방’ 유튜버들이 잇따라 예산 시장을 찾아 백 대표의 손길이 닿은 시장 내 삼겹살, 마라 칼국수, 양조장 막걸리, 파기름 비빔국수, 치킨 바비큐 등을 맛봤다. 백 대표는 이러한 영상에 “영상 재밌게 잘 봤습니다. 추운 날씨에 이렇게 먼저 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며 댓글을 남겼다.

설 연휴를 맞이해 예산 시장을 찾은 누리꾼들은 “먹태 구워서 파시는데 장사 진짜 잘 되더라”,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 진짜 많고 건어물 손님도 많아서 열심히 굽고 계시더라”, “시장 다녀왔는데 주변 상권이 확 살아난 게 느껴졌다. 국숫집에 줄 서서 입장해서 겨우 자리에 앉았더니 수저가 없더라. 여쭤봤더니 설거지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라는 등 후기를 댓글로 전했다.
박지혜 기자nonam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