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고충 상담원이 성추행…소진공 기강 해이 '도마'

입력시간 | 2021.09.15 오전 10:31:11
수정시간 | 2021.09.15 오전 10:31:11
  • 소진공 직원 2명, 지난달 성비위로 ''정직'' 징계
  • 가해자 한 명은 ‘성희롱 고충 상담원’ 맡아
  • 다른 가해자는 2017년부터 성비위로 제지받아
  • 이동주 의원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처벌 강화해야"

지난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대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직원 2명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한 직원은 조직 내 ‘성희롱 고충 상담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조직 기강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소진공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5월 말 같은 소속 직원 2명에게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과 성희롱 발언을 듣고 고충 상담원에게 신고했다. 이후 감사실 조사 과정에서 복수의 피해자가 추가로 드러나 직원 2명이 지난달 각각 정직 6개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한 직원은 지난해 지역본부 내 성희롱 고충 상담원으로 지정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진공은 각 지역본부에 성고충 상담원을 각각 남녀 1명씩 두고 있다. 이 가해자는 상담원으로서 받아야 하는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감사 과정서 드러났다.

또 다른 가해자는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인 성비위 행위로 상급자로부터 제지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실은 이 가해자에 ‘면직’ 처분을 요구했지만, 징계위원회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에게도 사과·보상 의사를 타진한 점을 근거로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소진공의 허술한 성희롱 고충 상담원 운영 실태도 드러났다.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성고충 상담원 2명 중 1명만 관련 교육을 받아도 제도 운영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주 의원실 측은 이번 사건의 징계 과정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소진공 인사규정에 따르면, 징계위 의결은 재적위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그런데 당시 징계위에 참석한 위원은 5명으로, 3명이 면직을 주장하더라도 2명이 정직을 주장하면 정직으로 의결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징계위 회의록에 따르면 징계위원들도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한 징계위원이 먼저 정직 의사를 표명해 정직을 유도하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게 이 의원 측 주장이다.

이 의원은 “몇 해전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난 성비위에도 소진공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를 되풀이하지 않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징계양정 기준을 공무원 수준으로 강화하고,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소진공은 성비위 징계양정 기준을 공무원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개정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성희롱, 성매매 사건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기존 최대 ‘정직’ 처분에서 ‘면직’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김호준 기자kazzy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