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서 사투 벌인 의사, 수억원 소송 부담에 무너져”
- ■허윤정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교수
- 한 달에 8번 24시간 근무..쉬는 날에도 응급 콜 환청
- 노동강도 대비 처우 열악..버틸 의사들 많지 않아
- 필수과 기피현상 심화..외상외과 지원 극소수 불과
- '의사는 돈 벌려고 하지 말아야' 아버지 말씀 되새겨
- 의료개혁 위해선 모두가 생명·삶이라...

허윤정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권역외상센터는 원래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아 전공의가 없었지만 주변 병원 응급실에서 거부당한 환자들이 쏟아지며 이곳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2020년 단국대병원에서 외상외과 전문의로 경력을 시작한 허윤정(37)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쉬는 날에도 (응급 콜)환청이 들릴 정도”라고 털어놨다.의식 없는 환자들만 쏟아지는 그곳은
외상센터는 일반 응급실과 달리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농경지 트랙터나 경운기 사고, 추락 등과 같은 초응급 환자들을 살리는 곳이다. 그는 외상센터에 대해 “생을 끊고자 하는 이와 잇고자 하는 이의 사투가 벌어지는 공간”이라고 했다.
외상외과 7명, 심장혈관외과 4명, 신경외과 1명, 정형외과 1명으로 구성된 팀이 4명씩 한팀을 이뤄 24시간 근무에 들어간다. 한 달에 8번을 24시간 환자를 본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8시 퇴근 때까지 손에 쥔 핸드폰 2대가 끊임없이 울려댄다. 중증외상 환자를 이송하는 119나 주변 병원에서 외상환자를 전원할 때 전화를 거는 핫라인 폰과 외상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질 때마다 알리기 위한 콜 폰이다. 어떤 날은 10여명의 중상 환자가 쏟아지는데 두 대의 전화까지 끊임없이 울려댄다.
전화가 울리면 10분 이내 환자를 받을 준비를 한다. 혈액과 관련 처치 장비 등을 준비해 환자 도착 즉시 처치에 돌입한다. 그 누구보다 빠르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살릴 수 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트럭운전기사였다. 앞 트럭에서 쏟아진 적재물에 관통당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과 몸을 한 채 병원으로 실려왔다. 5m 정도의 작은창자 대부분이 망가져 의료진 모두가 살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허윤정 교수는 “그런데 그 환자는 최선을 다해 살아줬다”며 “139일 만에 외상 중환자실도 벗어났다”고 회상했다. 그가 퇴원할 때는 의료진 모두가 함께 울었다. 환자 가족은 그에게 살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삶의 의지가 강했기에 가능했다”며 “오히려 살아줘서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의료개혁 후 몰리는 환자에 진땀
외상센터가 있기 전까지 수많은 중증 외상 환자가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았다. 잘나가는 병원은 비외상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했고 구급대는 어느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던 산업재해와 불의의 사고 피해자들은 시스템 부재 속에 구급차 안에서, 또는 응급실 대기 상태에서 손도 못 써본 채 숨졌다.

허윤정(맨 오른쪽) 교수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단국대병원 제공)
2014년 외상센터 설립 당시 목적은 해당 권역에서 발생한 중증 외상을 각 외상센터가 감당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국종 교수 붐’에 힘입어 처음에는 권역외상센터가 잘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하나둘 생겼다. 엄청난 노동강도에 한참을 밑도는 처우에 버틸 의사들이 많지 않았다. 해마다 심해지는 필수과 기피현상으로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현재 외상센터는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외상센터에서 하나둘 늘며 닥터헬기 환자 이송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며 대다수 응급실이 축소 운영하자, 권역외상센터로 경증 환자까지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은 환자를 구조한 구급대원이 근처에 도저히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다며 제발 받아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훨씬 지나서 도착한 환자에게 아무리 CPR을 해도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피해를 환자들이 보게 됐다”며 답답해했다.
의료 과실 소송 남발…보호장치 마련을
그에게 개원 유혹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즉답 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30년째 내과의로 활동 중인 그의 아버지는 평소에 늘 ‘의사는 돈 벌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는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환자가 속한 사회나 국가의 병폐까지 같이 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어릴 때는 무슨 얘기인 줄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원하면 적자만 보고 말 것”이라며 웃었다.

허윤정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단국대병원 제공)
환자 살리는 걸 맘껏 하고 싶은 게 평생의 꿈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요즘 걱정이 하나 생겼다. 의료소송이다. 사회분위기가 의료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형사 소송 등이 남발하며 그 또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소송부담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기관내 삽관술 수가는 4만 7000원이다. 그런데 기관삽관 사고에 대한 배상액은 5억원이나 된다. 삽관을 1만 번 이상하더라도 갚을 수 없는 액수다. 의사 개인에게 부과되는 배상액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국가 보험자의 의료 보상 책임의 주체는 국가이어야만 한다”며 “필수의료 종사자를 배상 종합보험에 가입하게 해주고 보험료 등은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더 큰 부와 명예가 다른 곳에 있다 한들 소명의식을 가지고 외상센터를 지켜왔던 의사들도 소송 앞에선 무너져 내린다. 나 또한 믿었던 환자나 보호자에게서 소송을 당하는 날, 미련없이 이 곳을 떠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송 부담에 한번은 소송 위험 보험에 가입을 문의한 적이 있다. 하루에 많게는 5명의 사망선고를 한다고 하자 보험회사에선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그 이후론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인해 필수의료 종사자가 일하는 환경도, 의료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모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응급의료 이송 체계나 치료를 위한 인프라는 쌓아 올리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무색하게 모두 순식간에 붕괴됐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그는 “돌고 돌아 ‘생명’과 ‘삶’이라는 가치에 우리 모두가 다시 집중한다면 멀어져버린 의사-환자 사이의 거리도 조금은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이 마음껏 생명을 구하게 해 주는 것,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 진료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해 주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점점 많아지고 이 땅의 어린 새싹들이 그러한 의사가 되기를 꿈꾸고 희망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료 개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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