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전설 뛰어넘은 손흥민의 원동력 '아버지의 힘'

입력시간 | 2019.11.08 오전 12:10:00
수정시간 | 2019.11.08 오전 1:30:34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7)이 ‘레전드’ 차범근을 넘어 한국 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

손흥민은 7일 오전(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12분에 이어 후반 16분 연속골을 터트렸다. 지난달 23일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프로축구 최다 골 기록(121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손흥민은 이날 개인 통산 122·123호 골을 연속으로 터뜨려 한국 축구 새 역사를 썼다.

손흥민이 대기록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이다. 특히 아버지 손웅정(57)씨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웅정씨는 감독이자, 멘토이자 훈련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손웅정 씨는 일화 천마 등에서 활약한 축구선수였다. 현역 시절 포지션은 공격수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 마치 무협영화 주인공처럼 무지막지하게 체력훈련을 했고 기본기를 다졌다. 아버지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 했기 때문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스팀 시절 훈련장 옆 모텔에 함께 투숙하면서 아들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정도였다. 60세를 바라보는 지금도 손웅정씨는 손흥민과 함께 개인훈련을 소화한다. 마치 현역 선수와 같은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이 구단 창립 125주년 파티에 참석했던 후일담이 대표적인 일화다. 당시 손흥민은 동료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자정을 넘겼다. 이를 안 손웅정 씨는 곧바로 손흥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체 리듬이 깨지면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 손흥민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결혼도 은퇴 이후에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결혼을 하면 가족이 우선 순위에서 가장 높아진다”며 “축구를 할 때는 축구가 최우선 순위가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축구 실력 뿐 아니라 인성을 닦는 데도 가족의 응원이 절대적이었다. 손흥민은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튼전에서 백태클로 상대 선수 안드레 고메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당시 퇴장을 당했던 손흥민은 라커룸에 돌아가서도 충격에 빠져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런던으로 돌아간 뒤 휴대전화를 끄고 곧바로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놀란 마음을 달랬다.. 골을 터뜨린 뒤 자신의 태클로 인해 부상을 당했던 고메스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 세리머니를 했다. 이날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평정심을 회복하고 기록을 세운 데도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인성 관리가 있었던 셈이다.

손흥민은 과거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상대편을 존중하지 않으면 훌륭한 선수가 아니라고 아버지께서 말하셨다”며 “항상 그 말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무 기자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