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메모리는 전쟁"…CNBC가 본 SK하이닉스 '1000조원 베팅'
-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첫 현장 공개…내년 2월 가동
- 나스닥서 37조원 조달했지만 주가는 21%↓
- 변수는 중국…미국 신공장 부지는 물색 중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회의장-대한상공회의소 경제대도약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50층 건물 높이”…메모리 호황·불황 사이클 정면 승부CNBC가 방문한 용인 클러스터 1호 팹은 절반가량 벽체가 올라간 상태였지만, 완공되면 50층 아파트 높이에 이를 예정이다. 대만 TSMC나 인텔의 애리조나 공장이 단층으로 넓게 퍼진 구조인 것과 달리, 용인 팹은 6개 클린룸이 여러 층에 걸쳐 연결되는 구조라고 CNBC는 전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AI 반도체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D램을 쌓아 만든 메모리)에 D램 물량이 대거 투입되면서 소비자 가전용 메모리 공급까지 압박받고 있고, 인공지능(AI) 기업들은 통상 단기 계약이 관행이던 메모리 시장에서 수년 단위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년 새 5배 넘게 뛰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000660)가 58%로 1위였고, 삼성전자(005930)와 미국 마이크론이 각각 21%로 뒤를 이었다.
나스닥서 37조원 조달…주가는 한달새 21% 급락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예탁증서(ADR)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해 265억달러(약 37조6500억원)를 조달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달 14일 195달러 부근 고점을 찍은 뒤 12일 154.41달러로 마감하며 21%가량 밀렸다. AI 관련주 전반의 변동성 확대와 한국 증시 조정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대규모 증설 계획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발표한 ‘메모리 생산능력 5년 내 2배 확대’ 국가 계획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의 신규 메가팹 건설과 최소 2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 패키지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최태원 “이건 전쟁”…엔비디아 “더 만들어달라”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전쟁과 같다”며 “모두가 메모리 칩을 사고 싶어 한다. 그게 없으면 AI 컴퓨팅과 AI 칩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너무 빨리 올랐다”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주요 고객사들과 10건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안정적인 HBM 공급을 확보했다”며 SK그룹과 차세대 메모리 공동개발을 포함한 500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는데, 여기에는 2027년까지 SK텔레콤(017670)과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최 회장은 CNBC에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더 많이 만들어 달라(Please make more)”는 메시지를 남긴 웨이퍼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구글 순다르 피차이, 메타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수장들과 종종 만난다고 전했고, 최근 황 CEO와 리사 수 AMD CEO도 메모리 관련 논의차 방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황민석 리서치 디렉터는 “빅테크 기업이라면 이름만 대면 다들 계약을 맺으러 한국에 와 있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팹 인근 호텔이 전부 예약 마감 상태라고 전했다.
변수는 중국…美 신공장 부지는 “아직 물색 중”
SK하이닉스는 중국에도 3개 팹을 운영 중이지만, 미국의 수출통제로 최선단 HBM은 중국 내 판매가 금지돼 있다. 중국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자체 메모리 업체를 키우고 있고, CXMT는 최근 상하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황 디렉터는 “이제 경쟁 상대는 중국”이라며 “이게 세상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위험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증설 경쟁이 한창이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500억달러를 들여 신규 팹 2곳을 짓고 있으며 첫 웨이퍼 생산은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뉴욕주 클레이에는 최대 4개 팹을 갖춘 1000억달러 규모 캠퍼스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를 투입해 첫 미국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데, 전공정이 아닌 패키징(메모리를 쌓아 배선하는 후공정) 전용이며 완공은 2028년이다. 이 밖에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에 인수해 만든 새크라멘토 소재 자회사 솔리다임, 올 1월 재편해 출범시킨 100억달러 규모 ‘AI 컴퍼니’ 등 기존 미국 사업도 있다.
최 회장은 미국 내 전공정 반도체 공장 부지에 대해 “한 달 넘게 여러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문제는 정말 맞는 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산업이 지금 ‘변곡점’에 있다며, AI 반도체와 함께 설계하는 커스텀 HBM으로의 전환이 다음 기술 도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세대 HBM5를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도, 구글도 각자 맞춤형 HBM을 원한다”며 “이제 단순한 범용재(commodity)가 아니라 메모리 칩의 위상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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