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노동계가 ‘과로 방지’를 명분으로 새벽 배송 금지를 주장하고 나서자, 정작 현장에서 뛰고 있는 쿠팡 기사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물류 캠프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남편과 2인 1조로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고 밝힌 쿠팡 기사 A씨는 5일 SNS 스레드를 통해 노동계의 주장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우리 일자리는 어떡하느냐”고 반문하며, 현장 노동자의 ‘밥줄’이 걸린 문제를 쉽게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이토록 반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수입’과 ‘자율성’이다. 그는 “주간 2년, 야간 2년을 모두 해봤는데, 야간 페이(급여)는 주간과 비교해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수준으로 높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며 “쿠팡 기사들은 전부 다 (개인) 사업자다. 4대 보험 떼는 쿠팡 직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노동계의 ‘보호’가 오히려 ‘사업자’들의 영업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A씨는 “사업자들 폐업하면 누가 먹여 살려주느냐”고 되물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야간 근무는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만도 아니다. A씨는 “주간 자리는 이미 다들 꿰차고 있어서 (들어가기) 힘들다”는 현실적 이유와 더불어, “야간이 더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오히려) 새벽형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야간을 오래 하다가 주간으로 가고 싶어서 갔다가, 다시 야간으로 돌아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현장 상황도 모르고 얘기하는 걸 보면 진짜 웃긴다”고 덧붙이며 탁상공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쿠팡은 회사 소속의 ‘쿠팡맨’과 별도로, A씨처럼 개인이 자율적으로 시간을 선택해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인력이며,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대신 야간 배송 시 더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0시부터 5시까지의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의 또 다른 노동조합인 쿠팡노동조합 측 역시 “새벽 배송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이자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산업 기반을 흔드는 처사”라고 반박한 바 있어,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노-노 갈등 및 노-사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