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대신 빌라 사라?…팔 때 발목 잡히면 어쩌나

입력시간 | 2026.08.13 오후 4:28:36
수정시간 | 2026.08.13 오후 7:36:28
  • 39세 이하·4억 이하 비아파트 지원
  •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금리 2%p 인하
  • 갈아탈 때 생애최초 LTV 혜택 유지
  • 낮은 환금성·가격 하락 위험은 부담
[이데일리 최정훈 김세연 기자] 정부가 월세를 내는 청년에게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대출을 내놓는다. 월세와 비슷한 원리금을 은행에 갚으며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출산 이후 아파트로 옮길 때는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우대도 다시 받을 수 있게 한다. 청년의 주거비 부담과 전월세 수요를 줄이려는 구상이지만 가격 상승 가능성과 환금성이 낮은 비아파트가 실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윤덕 국토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사진=방인권 기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윤덕 국토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사진=방인권 기자)

월 85만원으로 내 집 마련…생애최초 LTV도 보존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내년 1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39세 이하 청년이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으며 연간 3조원씩 2년간 공급한다. 오피스텔을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월세로 집을 산다’는 개념을 내세웠다. 2억원을 30년 만기, 연 3%로 빌리면 월 원리금은 약 85만원으로 비아파트 평균 월세 80만원과 비슷하다.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약 2%포인트 낮은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지방·저소득·신생아 가구에는 추가 우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금리는 내년도 예산안 확정 후 발표한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사전 백브리핑에서 “월세 수준의 원리금 부담으로 주택을 소유하게 하겠다는 정책”이라며 “6억원짜리 주택을 현재 금리로 30년간 상환하면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청년들이 선호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주택가격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4억원이라는 기준에는 서울·수도권 소형 오피스텔 가격이 반영됐다. 지난 5월 기준 서울의 다세대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억8000만원, 전용면적 40~60㎡ 오피스텔은 4억1000만원이지만 아파트는 13억3000만원이다. 신 처장은 “청년들이 교통과 직주근접성을 고려해 역 주변 주거시설을 선호한다고 봤다”며 “주택가격과 월 85만~100만원 수준의 상환 부담을 함께 고려해 기준을 정했다”고 말했다.

핵심 혜택은 비아파트 매입으로 ‘생애최초 기회’를 소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상품으로 비아파트를 산 뒤 결혼이나 출산을 계기로 다른 주택을 구입하면 생애최초 LTV 우대를 다시 적용한다. 수도권·규제지역은 집값의 70%, 그 밖의 지역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빌라나 오피스텔을 아파트로 가기 전 ‘징검다리 주택’으로 활용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모든 생애최초 혜택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확정된 것은 금융규제상 LTV 우대뿐이다. 취득세 감면 등은 관계부처와 추가 협의해야 한다. 청약은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수도권은 5억원 이하인 비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면 현행 규정에 따라 무주택자로 간주한다.

금융위는 청년에게 비아파트 매입을 강요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파트를 원하는 청년은 기존 디딤돌대출이나 일반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고, 미래보금자리론을 2년간 운영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아파트까지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가뿐 아니라 반전세와 전세 청년도 지원한다. 전세대출과 월세대출을 함께 보증하는 결합상품을 연 4조5000억원 규모로 출시하고 지방·저소득 청년에게는 이자 일부를 지원한다. 월세대출은 매월 자동 실행하는 방식에서 필요한 때만 꺼내 쓰는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바꾼다.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도 대상과 한도를 확대한다.

신혼부부의 ‘결혼 페널티’도 손본다. 현재 미혼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신혼부부는 부부합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부부합산 8500만원 이하이거나 부부 중 한 명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다.

환금성 낮은 비아파트…‘징검다리’ 아닌 발목 될라

문제는 비아파트가 청년의 자산 형성과 전월세 시장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다. 빌라·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고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제때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아파트로 갈아타기는커녕 대출과 비선호 주택에 묶일 수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청년층의 신뢰가 낮아진 점도 걸림돌이다.

신 처장도 “현재 비아파트 비선호가 큰 흐름인 것은 사실이고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면서도 “계속 월세를 지출할지, 아파트만큼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주택을 보유할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낮은 금리뿐 아니라 담보가치와 거래 안전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시세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고 매각에도 시간이 걸려 청년이 다음 주택으로 이동할 때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저리 대출로 매입 수요만 만들기보다 주택 품질과 가격 산정의 투명성, 환금성을 높일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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