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發 1100조 AI 딜...채권시장도 '순환금융' 경고음

입력시간 | 2026.07.27 오후 10:47:19
수정시간 | 2026.07.27 오후 11:03:14
  • SK그룹·오픈AI와 초대형 거래 겹치기
  • CDS 프리미엄 급등…"부채 부담 우려"
  • 젠슨 황 "순환적이라는 발상 터무니없다"
  • 韓 SK·네이버는 실익…직접 수혜 이어져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엔비디아가 최근 잇달아 성사시키고 있는 초대형 인공지능(AI) 투자·금융 지원 거래를 둘러싸고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금을 대는 기업들이 결국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업계 수요와 밸류에이션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AI 생태계 리셉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AI 생태계 리셉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논란의 배경에는 엔비디아가 최근 공개한 총 7500억 달러(약 1103조원) 규모의 신규 딜이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4일 SK하이닉스(000660)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402340)를 포함한 SK그룹과 5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AI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동시에 오픈AI가 소프트뱅크그룹 자회사의 미국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허브(5000억 달러, 10기가와트 규모)를 임대할 수 있도록 최대 2500억 달러의 보증을 제공하고, 오픈AI의 자사 칩 구매 3500억 달러도 금융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오픈AI 관련 협상은 초기 단계로 무산되거나 조건이 바뀔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투자가 곧 매출”...커지는 순환금융 경고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게리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의 투자·파트너십이 장기 AI 구축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지만, 투자자들은 순환금융을 우려하고 있다”며 “자본이 점점 더 미래의 AI 고객과 인프라 배치 자금을 대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X매니지먼트의 빌리 렁 투자전략가도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부채를 더 보증하는 것은 이미 도마 위에 오른 벤더 파이낸싱을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수요 신호인 동시에 AI 구축 과정의 자금 조달 압박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비슷한 구조의 거래는 엔비디아만의 일이 아니다. 구글도 앤스로픽의 데이터센터 5곳에 대한 임대료 지급을 보증해 앤스로픽이 사실상 350억 달러 대출을 받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AI 기업들이 서로 얽히면서 산업 전반이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많은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칩 프로젝트 자금을 대기 위해 차입을 늘리면서 업계 부채 수준 상승도 핵심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만 오픈AI와의 신규 논의를 제외하고도 54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유사 거래를 발표한 상태다.

반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순환금융 지적에 선을 그어왔다. 그는 지난 1월 코어위브 투자를 언급하며 “이는 이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조달해야 할 자금 총액에 비하면 작은 비율”이라며 “순환적이라는 발상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엔비디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채권 부도 위험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 프리미엄은 이날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ICE 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채권의 5년물 부도 보장 비용은 이날 장중 한때 0.14%포인트 오른 연 0.82%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관련 스와프가 활발히 거래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일중 상승폭이다. 75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딜 협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채권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부채 부담 확대 우려가 즉각 가격에 반영된 셈이다.

엔비디아 5년물 CDS 프리미엄 추이 (자료: 블룸버그)

엔비디아 5년물 CDS 프리미엄 추이 (자료: 블룸버그)

韓 반도체·플랫폼 기업엔 실익

이같은 논란과 별개로, 이번 딜은 한국 기업들엔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양분하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설계를 지원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한반도에 2기가와트(가정 150만 곳 공급 가능 규모) 이상의 AI 데이터센터도 공동 구축하며 SK텔레콤(017670)이 짓는 1호 ‘AI 팩토리’는 내년 문을 연다. 황 CEO는 “우리와 SK그룹 합쳐 50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엔비디아는 네이버에도 10억 달러를 투자해 국내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미국 사모펀드 브룩필드와 공동 개발) 확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으로 네이버는 해당 시설 규모를 3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날 네이버(NAVER(035420)) 주가는 8% 넘게 급등했다.

한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오픈AI를 통해 AI 산업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심을 이어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10월까지 오픈AI에만 약 650억 달러 투자를 약정했고,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급인 400억 달러 브리지론까지 조달했다. 다만 통제권이 제한적인 기업에 대한 베팅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건은 순환금융 우려가 실제 리스크로 현실화할지 여부다. AI 수요가 지금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서로 얽혀 있는 투자·금융 구조가 손실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핵심 논지다. 엔비디아·오픈AI 간 2500억 달러 보증, 3500억 달러 구매 금융 협상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 같은 벤더 파이낸싱 확산이 업계 전반에 어떤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변수로 지목된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얽힌 AI 기업들의 투자·협력 관계 (자료: 블룸버그)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얽힌 AI 기업들의 투자·협력 관계 (자료: 블룸버그)

성주원 기자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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