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우려 과도하지만 바닥은 아직"…리서치 수장 8인 진단
- 美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반도체주 직격탄
- "AI 패권 경쟁 지속…투자 위축 가능성 낮아"
- 외국인 매도·앤트로픽 IPO에 수급 불안 지속
- "빠른 V자 반등 기대 일러…투매보다 관망 필요"
그럼에도 외국인 매도세와 헤지펀드 청산, 앤트로픽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급 부담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간에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향후 데이터센터 규제 방향과 AI 투자 수익성 등 불확실성이 하나씩 해소되는 과정을 거쳐 증시가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스피가 5000선이 붕괴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 초반 8% 넘게 급락하면서 5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오전 9시3분께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됐고, 거래 재개 직후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코스피는 장중 4911.28까지 떨어졌다가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며 5000선을 회복했다.오후 2시31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3.88포인트(5.14%) 내린 5107.31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2조95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358억원, 1조343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번 급락은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미국 나스닥지수가 5% 넘게 하락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2% 이상 폭락하면서 국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수급 충격…AI 투자 불안 확산
증권사 리서치 수장들은 이번 급락의 원인으로 미국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와 AI 관련주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의 이탈을 지목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된 지역의 주정부까지 장악하면서 관련 사업의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시장 참여자들은 실제 건립을 제한하는 법안이 즉각 통과되기 어렵더라도, 주민 공청회 같은 인허가 절차가 이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우려한다”며 “이 같은 일정 지연은 추가 비용 발생은 물론 재무적인 부담까지 가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블루웨이브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 위험이 부각되면서 AI 밸류체인의 핵심 수혜국인 한국 시장에 대한 투매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도 데이터센터를 짓는 쪽이 아닌 메모리와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 위주였다”며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크고 전력기기 등 관련 수혜 업종도 동반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시장의 관심이 자금조달 가능성에서 투자한 설비를 예정대로 가동하고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는 국면”이라며 “일부 프로젝트의 지연·취소가 과잉투자와 이익 전망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면서 이익 실현 시점의 지연과 위험프리미엄 상승이 동시에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급락을 미국 중간선거 결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AI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지속성을 둘러싼 우려가 누적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매도세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며칠간의 증시 흐름에 미국 중간선거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주가 하락을 하나의 이벤트로 보기는 어렵다”며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에도 AI 산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고, 여기에 중간선거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유동성에 꼬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그동안 누적된 불안 요인이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진 결과다”라고 덧붙였다.
“AI 투자 자체가 꺾일 가능성 낮아”…과도한 하락 진단
증권가에서는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가 AI 산업 전반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미국 민주당도 중국과의 AI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센터장은 “민주당의 정책 때문에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국가 간 경쟁과 민간 기업 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주의 정책이 산업 전체의 투자 사이클을 막기보다는 기업들이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보완이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투자 방향 자체가 바뀌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도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는 찬성하는 만큼 AI 발전의 토대인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 차단할 유인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건설이 지체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력 확보가 가능해 메모리 수요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지환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 AI, 군사력 등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패권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AI 관련 투자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고 투자의 속도가 완만해지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한국 시장의 이번 하락 조정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연주 센터장도 “AI 투자는 빅테크 경쟁력의 핵심이고 중국과의 선두 경쟁을 감안하면 여야 이견도 크지 않아,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과거 급락 국면과 달리 금융 시스템 내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점, 우리나라 수출 호조를 비롯해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가 여전히 강건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장 반응은 다시 펀더멘털 논리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실적과 주가 수준을 비교해도 낙폭이 지나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진우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현재 주가 수준이 정당화되려면 단순히 실적이 나빠지는 수준을 넘어 실물경제 위기가 동반돼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투자 우려가 경기 침체나 부채 위기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지금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1.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과거 반도체가 전형적인 시클리컬 산업이었을 때도 업황이 바닥에 가까운 수준에서 나타났던 밸류에이션”이라며 “코스피 전체 PBR도 1배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연주 센터장 역시 현재 코스피가 기업의 이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글로벌 주요 증시보다 상당히 저평가된 구간에 있다고 평가했다.
“저점 단정은 일러”…외국인 매도·헤지펀드 청산 변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에도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평가 매력은 커졌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수급 불안이 남아 있어 단기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며 “헤지펀드의 AI 관련 포지션 청산 소식까지 더해져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11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한 점은 반대매매에 따른 연쇄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데이터센터 인허가·착공 지연, 빅테크의 자금조달 부담, 미국 예산안 합의 지연 등의 하방 위험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환 센터장은 “AI 밸류체인 비중이 높았던 헤지펀드들의 손절매와 펀드 청산 등 수급적인 위협 요인은 아직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늘이 지수의 바닥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수급을 제외하고 본다면 지수는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창용 본부장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 외국인은 최근 20거래일간 국내 주식을 약 22조원 순매도했고, 최근 5거래일 순매도 규모도 약 9조3000억원에 달했다.
윤 본부장은 “실질적인 안정 신호는 최근 매도 규모 축소와 추가 악재에도 지수 저점이 유지되는 조합”이라며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가 개선되더라도 실제 신규 매도가 줄어드는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으로 선거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며 “외국인 자금은 선거보다 앤트로픽 상장 이슈로 다소 매도 우위”라고 진단했다.
앤트로픽의 IPO에 따른 수급 부담도 변수로 꼽았다. 앤트로픽은 다음 주부터 공식 투자설명회(로드쇼)를 시작해 오는 26일 미국 추수감사절 이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모 규모는 약 1000억달러로 지난 6월 스페이스X(75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 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가치는 1조5000억~2조달러 수준이 거론된다.
조수홍 본부장은 “글로벌 자금 재배분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주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스페이스X 상장 당시에도 외국인이 상장 당일 순매수로 전환한 바 있어 공모 일정이 마무리되면 수급 부담은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규제 방향·AI 수익성 확인 관건…증권가 “투매보다 관망”
증시가 단기간에 급반등하기보다는 수급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박연주 센터장은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 데이터센터 규제 방향이 확인되고 수급 부담이 안정되는 가운데, 빅테크의 AI 수익화와 AI 서비스 업체들의 빠른 매출 성장으로 AI 투자의 지속성이 재확인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급 요인이 완화될 때까지 단기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지만, 현 주가는 언더슈팅 국면(증시가 적정 수준보다 낮은 국면)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센터장은 “단기간 V자 반등이 나오기보다는 앞으로 몇 주간 시장이 여러 가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앤트로픽 상장을 통해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성장성을 시장이 얼마나 인정하고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부여하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본부장은 “향후 상방 전환 요인은 인허가 조건 구체화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와 강제매도 종료”라며 “추가 하방 요인은 출하 연기·가격 재협상에 따른 이익·장부가 전망 하향과 네오클라우드 신용 불안의 확산”이라고 짚었다.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도 변수로 꼽혔다. 윤석모 센터장은 “최근 중동 정세 변화 기대감으로 유가가 고점에서 큰 폭으로 내려왔고, 이에 맞춰 시장금리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역시 AI와 관련된 재무적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공포 매도에 동참하기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윤 센터장은 “당장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시장의 소음이 진정되기 전까지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지환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대응은 매도 동참보다는 기다리는 전략, 현금이 있는 투자자라면 신중한 분할 매수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윤창용 리서치본부장은 “현 단계에서는 저평가만을 근거로 한 공격적 비중 확대보다 레버리지·유동성 부담 관리와 신규 매수 속도 조절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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