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증거인멸은 무죄?"…장윤기 父 논란에 수술대 오른 `친족 특례`
- 장윤기 사건 이후 父 증거 인멸 시도
- 친족 특례 조항에 형사 처벌 어려워…경찰도 징계 검토만
- 해당 조항 개정 목소리…정성호도 "검토해 볼 필요"
- "시대 반영해 없애야" vs "범죄자만 양산"
- 與 친족특례 폐지 법안 발의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일 경찰 등 수사에 따르면 장 경감은 장윤기의 범죄를 축소하기 위해 핵심 증거들을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장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공유받은 장 경감이 장윤기의 거주지를 찾아 목과 가슴 부위가 흉기에 심하게 훼손된 리얼돌 등을 폐기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즉, 장윤기의 계획 범죄 정황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부친에 의해 사라졌다는 것이다.여기서 논란이 되는 대목 중 하나는 이러한 행위를 한 장 경감에게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제151조(범인은닉)와 제155조(증거인멸)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범인을 은닉 또는 도피시키거나, 증거를 인멸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장 경감의 행위는 당연히 이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만 두 조항 모두 친족이 가족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친족 특례를 적용해 처벌하지 않고 있다. 즉, 장 경감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이 장 경감에 대해 형사 입건이 아닌 징계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해당 조항에서 비롯된다. 경찰청은 이날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감찰조사 결과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 징계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징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친족 예외 조항은 형법 제정 당시 혈연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도입됐다. 본인이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증거를 없애는 것에 대해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처럼 이 범위를 일정 범위의 친족까지 넓힌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잔혹 범죄자의 부친이 핵심 증거를 훼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예외가 적합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 처벌을 면제해 주던 친족상도례 규정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했다”면서 “(친족)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범죄에 한해 친족 특례를 폐지하는 방안 등 시대 흐름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족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고 친족의 범위 자체도 모호해진 만큼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반면 가족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의한 행동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법안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오히려 범죄자만 더 양산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반박하는 이들의 주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 아버지가 경찰인 이례적인 사례였을 뿐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다’ 등 법원에 재량권을 주는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절충안도 제시된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은 형법상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등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발의했다. 가족이나 친족이라도 범인을 숨겨주거나 증거를 인멸할 경우 예외 없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의원은 “한국의 친족 특례는 인적 적용 범위가 해외보다 넓어 가해자에게 유리한 편”이라며 “변화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친족 특례를 폐지해 강력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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