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철옹성 레미콘 '운송 카르텔'…노봉법에 '근로자' 인정 요구까지

입력시간 | 2026.06.01 오후 8:09:35
수정시간 | 2026.06.02 오전 6:19:11
  • 레미콘 트럭 수 한정...협상력 막강
  • 개인사업자 불구 제조사에 종속
  • 인정 땐 제조사에 운송비 통보 우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운송비를 둘러싼 표면적 분쟁 이면에 ‘운송사업자의 노동조합법상 지위 문제’와 18년 넘게 변화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레미콘 운송시장 구조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어서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수도권 조합원들은 오는 8일 파업을 예고했다.(사진=연합뉴스)

레미콘 운송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5제(8시~17시 근무) 도입을 시작으로 2019년 울산 조업 중단, 2020년 부산·경남과 광주·전남 파업, 2022년 서울지역 운송거부, 2024년 수도권 운반비 인상 파업, 2025년 천안·아산 파업 등 사실상 매년 유사한 갈등이 반복돼 왔다.

올해는 운송사업자의 노동조합법상 지위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조사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특수고용 형태인 만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경우 노조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운송사업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은 노조 측 손을 들어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모 업계 관계자는 “운송사업자들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면 향후 레미콘 제조사를 지나쳐 원청인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단가협상을 요구할 가능성 높다”라며 “운송사업자가 건설사와 직접 운송비를 협상하면 협상에 참여도 못하는 레미콘 제조사가 운송비를 일방 통보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미콘 제조사가 레미콘 노조와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현재 믹서트럭 시장의 신규 진입이 제한된 상태여서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수급조절 정책을 시행하면서 믹서트럭 증차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18년째 시장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건설 침체를 이유로 현재 2만 6000대 수준인 믹서트럭들의 신규등록을 금지한 상태다. 이 중 레미콘 회사가 직접 보유한 믹서트럭은 3600대 정도며 나머지는 개인사업자들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레미콘 출하량은 급감했다. 2025년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약 9300만㎥로 잠정 집계됐다. 2017년 역대 최고치인 1억7429만㎥ 이후 불과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 실적은 외환위기 이전이던 1993년 출하량 9107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량이 줄어들었지만 원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혼화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고 경유값도 상승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커졌다. 유가가 치솟았지만 운송비 부담은 레미콘 제조사만 지는 구조다. 대부분 레미콘사는 레미콘 운송업자에게 유류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운송사업자의 노동조합법상 지위 문제와 교섭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지, 18년째 유지되고 있는 믹서트럭 수급조절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등 근본적인 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기자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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