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이윤화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관세 등 복합위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해 203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현 400여만대에서 555만대로 확대하고, 같은 기간 77조 3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5년 뒤 연간 영업이익률을 8.0~9.0%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The Shed)’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The Shed)’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었다. 2019년 시작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외국에서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CEO)은 “현대차는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톱 3’라는 위치에 올랐다”라며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처럼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반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의 반사이익이 집중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라인업을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괄해 1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현재보다 2배 이상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아이오닉 시리즈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중국, 인도 시장에 현지 특화 제품을 선보이며 캐즘 극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해 공개한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 555만대를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의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북미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올해 30%에서 2030년 7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3월 준공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 30만대에서 2028년 50만대로 확대한다.

한편 현대차는 미국 관세 영향으로 올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는 조정했다.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올해 초 제시한 3.0~4.0%에서 5.0~6.0%로 상향했지만,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는 관세 영향을 반영해 기존 7.0~8.0%에서 6.0~7.0%로 낮춰 잡았다. 2030년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8~9%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투자 계획은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수정했다.

투자 계획은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향후 5년(2026~2030년) 동안 △연구개발(R&D) 투자 30조 9000억원 △설비투자(CAPEX) 38조 3000억원 △전략투자 8조 1000억원 등 77조 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로 불확실성을 타개한다.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했던 2026~2030년 투자 계획인 70조 3000억원보다 7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범 10주년 넘어 현대차 미래를 이끄는 고성능 ‘현대 N’과 럭셔리 ‘제네시스’ 브랜드도 고도화할 것”이라며 “또한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으로 중형 픽업트럭 등 미국향 완성차 시장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