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충북 산하기관인 도로관리사업소의 재해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7월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한상원)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충북도 공무원 7명에 대한 재판을 19일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도로관리사업소 내 재난대책 업무 담당자였던 공무원 A씨를 상대로 ‘2023년 여름철 자연재난대비 추진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했는가’라고 묻는 등 증인 신문을 했다.

이에 A씨는 “전년도 추진계획서를 베껴서 작성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2023년 계획서에 직원들 비상 연락망이 누락된 이유를 추궁하자 A씨는 “짧은 시간 안에 재작성하느라 업데이트하지 못해 일부러 뺐다”며 “추후 수정해야 했지만 실수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완성된 문건은 비공개로 처리돼 상급자와 관련자들에게만 공유됐고 직원들에게는 공유되지 않았다”며 “결재 과정에서도 비상연락망 누락에 대한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상급자들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해당 계획서를 결재했으며 A씨에게 재검토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비상근무 발령 기준을 두고 “기준은 따로 없고 호우특보가 발효되면 비상근무를 선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도로관리사업소 사업소장 B씨와 과장 C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B씨 측 변호인은 “B씨가 도로관리사업소에서 근무를 먼저 시작한 A씨의 보고서에 대해 일일이 지적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또한 도로관리사업소에는 도로를 완전히 통제할 권한이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C씨 측 변호인은 “C씨는 참사 발생 닷새 전에 도로관리사업소로 부임했다”며 “당시 업무 파악도 되어 있지 않았던 상태”라고 해명했다.

A씨 등은 2023년 7월 13일부터 청주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음에도 상황판단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안전점검반을 편성하지 않는 등 재난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참사 당일이던 2023년 7월 15일에는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며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졌다.

오송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청주시·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관 등 43명이 기소됐으며 공사 관계자 등 4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