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형편도 바뀐 게 없다"…트럼프 핵심 지지층 美이대남 환멸

입력시간 | 2026.10.22 오후 3:36:00
수정시간 | 2026.10.22 오후 3:36:00
  • 18~30세 남성 3명 중 1명만 "반드시 투표"
  • 생활비 상승·취업난에 연애도 포기…정치에 무관심
  • 공화당 핵심 지지층서 이탈…중간선거 앞두고 비상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핵심 역할을 한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란 전쟁과 생활비 상승, 일자리 불안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군들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참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AFP)

미군들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참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AFP)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력감을 뜻하는 ‘블랙필링’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필링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치 등 사회적 활동에서 아예 손을 떼는 태도를 의미한다.

지난달 말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시그널의 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향이 있는 18~30세 남성의 57%가 연방의회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후보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떠올랐던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성향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당시 조 로건과 테오 본 등 남성 청취자가 많은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트럼프 지지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활비 부담 완화와 해외 분쟁 개입 축소, 남성 권익 보호 등을 약속하며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지지층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터커 칼슨과 메긴 켈리 등 보수 성향 유명 인사들도 이란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최근 6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실질 구매력도 약화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고, 휘발유 가격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보다 약 37% 높은 수준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여성은 70만명 이상인 반면 남성은 6만5000명에 그쳤다. 제조업과 광업, 운송·창고업 등 남성 종사자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했다.

연애와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도 젊은 남성들의 좌절감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취업과 주거뿐 아니라 만족스러운 연애 관계마저 이루기 어렵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정치와 사회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필링’이라는 표현도 정치적 무력감을 넘어 연애 상대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쓰이고 있다.

경제 팟캐스트 ‘프로프 G 마켓츠’를 진행하는 에드 엘슨은 “젊은 남성들의 경제적 기회와 계층 이동 가능성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상승과 실업, 암울한 연애 환경이 젊은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미시간주에서 일하는 건설업 종사자 댈러스 크루즈는 “정치에 더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꺼이 투표했던 그는 이제 투표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연간 약 8만5000달러(약 1억2000만원)를 벌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번 달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약 350달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남성 청취자가 많은 팟캐스트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으며, 공화당을 지원하는 정치단체들은 젊은 남성의 경제적 안정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이 실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시간주 대학생 공화당연맹의 타이 보마리토 회장은 “블랙필을 택한다는 것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무엇을 하든 이미 끝났다고 믿는 것”이라며 “일자리와 주택, 인간관계 등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렵다고 느끼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동기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겨레 기자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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