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잘 벌어도 불안한 코스피…대만보다 2.5배 ‘출렁’

입력시간 | 2026.10.29 오후 2:23:12
수정시간 | 2026.10.29 오후 2:23:12
  • 신한투자증권 “대만 증시 20일 변동성 코스피 절반 수준”
  • “메모리 이익 정점 우려와 파운드리 실적 지속성 차이”
  • “상승 탄력은 한국, 안정성은 대만…위험조정수익률 주목”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의 대표적인 수혜 시장인 한국과 대만 증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 시장 모두 반도체 산업 비중이 높지만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 한국의 변동성이 대만보다 2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산업구조 차이가 중장기 실적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전닉스 잘 벌어도 불안한 코스피…대만보다 2.5배 ‘출렁’29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대만 가권지수의 최근 20일 실현 변동성은 21.5%로 코스피(5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스피의 변동성이 대만보다 약 2.5배 높은 셈이다. 대만 가권지수의 고점 대비 낙폭도 5.6%에 그쳤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과 대만 모두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핵심 수혜 시장이지만 이익의 성격은 다르다”며 “핵심은 이익 규모보다 성장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증시 역시 AI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가권지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AI 관련 기업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지수 비중만 41.1%에 달한다. 그럼에도 최근 AI 투자 지속성과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과정에서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였다.

실적 전망만 놓고 보면 한국이 앞선다. 올해 한국 증시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271.8%로 대만(75.8%)을 크게 웃돈다. 내년 EPS 증가율도 한국 33.3%, 대만 31.2%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향후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에서는 차이가 나타난다. 최근 3개월간 향후 12개월 예상 EPS는 대만이 18.1% 상향 조정돼 한국(12.7%)을 앞섰다. 이익 전망치를 상향한 기업과 하향한 기업의 비율을 반영하는 이익수정비율도 대만은 19.8%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한국은 마이너스(-)12.4%를 기록했다.

이러한 차이의 배경으로는 양국의 반도체 산업구조가 꼽힌다. 신 연구원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TSMC 중심의 첨단 파운드리 비중이 높다”며 “메모리는 구조적 성장에도 업황 순황에 대한 논쟁이 남아있는 반면 첨단 파운드리는 선단공정의 높은 기술 진입장벽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83조 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2.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79.7%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이익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의 시장 전망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은 2027년 4분기 118조 4000억원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4분기에는 104조 7000억원으로 줄고 영업이익률도 68.7%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TSMC는 2028년에도 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영업이익은 2028년 1분기 50조원에서 4분기 66조 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60%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 실적에 대한 예측 가능성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2028년 영업이익 추정치 분포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변동계수(CV)는 25.3%로 TSMC(10.1%)의 약 2.5배에 달했다. 변동계수는 추정치의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 참여자 간 전망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향후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경우 한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대만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변동성과 수익률을 함께 고려한 위험조정수익률 측면에서는 대만 증시의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만 가권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6.2배로 최근 5년 평균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 증시의 PER은 4.5배로 낮지만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높은 수익성뿐 아니라 이익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에도 프리미엄을 부여한다”며 “AI 사이클 재가속 시 상승 탄력은 한국이 앞설 수 있지만 수익률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대만 주식시장도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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