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 대형 태양광 제조사들이 지난해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과잉 공급과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어지며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워온 ‘신산업’마저 수익성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산둥성 동부 빈저우시에 환룽 빈저우 신에너지 발전 프로젝트 현장에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이 설치돼 있다.(사진=AFP)

1일 로이터통에 따르면 롱지그린에너지와 트리나솔라, 진코솔라, JA솔라, 통웨이 등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 5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에만 총 8만7000명가량의 인력을 줄였다. 이는 전체 인력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식적인 해고 발표는 거의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급여 삭감, 근무시간 단축 등이 여파로 자발적 이탈도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용을 사회 안정의 핵심으로 보고 있어 대규모 해고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론지그린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감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인력 감축은 과잉 설비와 치열한 가격 경쟁 등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0~2023년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응해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자원을 집중 투입했고, 이로 인해 과잉 설비가 급증했다. 이에 태양광 패널 생산량은 현재 세계 수요의 두 배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든다. 여기에 동남아에 위치한 동남아에 진출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수출품에 대해 미국이 관세까지 부과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6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태양광산업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0개 이상의 태양광 기업이 상장폐지 되거나 파산, 인수 합병으로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태양광 산업이 2023년 말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해 상황이 악화됐고, 올해 역시 업황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중국 정부는 최근 가격 경쟁을 억제하고 과잉 설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7월 초 “무질서한 가격 경쟁은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산업부도 태양광 업계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가격 경쟁을 진정시키고, 노후 설비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2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GCL은 로이터에 “주요 기업들이 가격과 공급을 통제할 목적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기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저품질 생산능력의 약 3분의 1을 폐쇄하기 위한 500억위안 규모의 투자 기금도 조성 중이라고 전했다.

안후이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동률이 30% 미만인 태양광 제조 생산라인을 폐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또한 신규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비공식 승인까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에도 지방정부들이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용과 지역 경제 성장이 주요 성과 지표이기 때문에 지역 유망 기업을 희생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프리스의 앨런 라우 애널리스트는 “업계가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최소 20~30%의 생산 능력을 줄여야 한다”며 “태양광 산업은 규모로는 부동산의 10분의 1이지만, 손실 규모는 비슷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