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중간 직접 협상이 매일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전면 부인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24일(현지시간) 중국 중앙TV(CCTV),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허융첸 대변인은 이날 “중국과 미국 간 경제 및 무역 협상에 관한 모든 내용은 근거가 없으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협상은 상호 존중과 평등에 기초해 진행돼야 한다. 미국이 회담을 원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중국에 대한 모든 일방적 관세 조치를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에서 중국과 미국이 협상 중이며, 심지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측이 협상을 시작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모두 가짜뉴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한 중국과 미국은 관세 문제에 관해 어떠한 협의나 협상도 한 적이 없고, 합의에 도달한 적도 없다”고 거듭 일축했다.

궈 대변인은 또 “이 관세전쟁은 미국이 시작한 것이고, 중국의 태도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싸우면 끝까지 갈 것이고, 대화를 하고 싶다면 문은 열려있다. 대화와 협상은 평등, 존중,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전날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가 동시에 내놓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중국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아마도 특별 합의를 할 수도 있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의 발표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컨퍼런스보드 중국센터의 수석 고문인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먼저 (무역협상) 제안을 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교착 상태는 매우 단순한 역학 관계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에 발생할 정치적 비용을 어느 쪽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닉 마로는 “고위급 관리들 간 직접적인 논의는 물론 국가 지도자들 간의 논의의 출발점인 하위급 회담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어떤 형태로든 긴장 완화가 이뤄진다면, 미국 측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