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종전’ vs 이란은 ‘조건부 휴전’…이스라엘 “끝까지 간다”
- 개전 13일, 세 당사국 전쟁 목표 갈려…‘미묘한’ 입장차
- 종전 조짐 안보이는데…트럼프 “사실상 이겼다” 주장
- 이란은 조건부 휴전 제시…이스라엘 “끝까지 간다”
- 유가 배럴당 100달러 급등…에너지發 경제위기 우려↑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국민들을 향해 “자유를 쟁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란 정권 궤멸 행보를 조용히 이어가고 있다. 선택적 침묵 속에 미국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가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종전 조짐 안보이는데…트럼프 “사실상 이겼다” 주장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히브런에서 연설하며 이란 전쟁과 관련해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하며 “다만 임무를 마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다”라고 반복해온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전쟁이 끝날 것 같은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데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정작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전쟁이 시작인지 중반인지 끝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이라며 종전 시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에 유가가 더 오르기 전에 발을 빼기 위해, 즉 출구 전략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최고사령관(트럼프)이 군사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스스로 선언하지 않더라도 완전하고 무조건적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에도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복이든 불복이든 이란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전쟁 목표 자체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거나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의원 간담회에서 “전쟁이 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밝힌 뒤, 같은 자리에서 “아직 충분히 이기지 못했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순된 발언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개시 당일 이란 국민들에게 “정권을 되찾으라”고 촉구하며 체제 전환을 암시했으나, 이후에는 미사일 프로그램과 해군 전력 파괴, 핵 개발 저지 등으로 목표를 축소했다.
이들 정황을 종합하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종전’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싶으면서도 전쟁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동시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조건부 휴전 제시…이스라엘 “끝까지 간다”
이란은 역내 중재국들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보장, 배상금 지급, 이란의 정당한 권리 인정 등 세 가지 조건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들 조건이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휴전 논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무조건 항복’을 사실상 정면에서 거부한 셈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도 중국·러시아·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이란에 중재를 타진해 왔다면서도 “침략이 반복되지 않을 실질적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종전보다는 ‘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언제든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혀서다. 이스라엘의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임으로 선출해 ‘항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이스라엘은 세 나라 가운데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몇 년씩 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중동 내 대리세력들에 대한 지원을 차단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대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독일 빌트지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과 관련해 “정확한 일정표가 아닌 최종 결과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네타냐후 총리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국방예산에 280억셰켈(약 13조 2700억원)을 추가 편성한다고 발표하며 전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모트리치 장관은 “이란의 악의 축을 파괴하기 위해선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 배럴당 100달러 급등…에너지發 경제위기 우려↑
한편 이번 전쟁의 여파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나아가 전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천연가스 물동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인 전략비축유 4억배럴 공동 방출을 결정했지만, 시장에선 공급 차질 규모와 비교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이 양측과 접촉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세 당사국의 목표가 제각각이어서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이란은 이날 오만까지 공격하며 ‘뒤가 없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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