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방아쇠…캐나다·EU 보복 ‘전면전’ 치닫나

입력시간 | 2025.03.12 오후 6:39:49
수정시간 | 2025.03.12 오후 6:57:33
  • 예외 없이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 발효
  • 캐나다·EU 즉각 보복 시사…中 보복도 변수
  • "관세전쟁 전면전 '신호탄'…보호주의 확산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으로 예외 없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 장벽을 세우면서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즉각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관세 전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련 포고문이 12일 0시(미 동부시각)를 기해 발효됐다. 포고문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과, 일부 국가를 상대로 기존에 적용했던 관세 면제 등 예외 조치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제품 약 1500억달러(약 218조원)어치가 이번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첫 무역전쟁을 개시했을 때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EU, 일본, 영국 등은 대미 철강 수출과 관련해 별도 협상을 통해 관세를 일부 또는 전부 면제 받았지만, 이날 포고문 발효로 예외 조치가 모두 무효화했다.

캐나다와 EU는 즉각 보복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캐나다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51번째 주(州) 편입’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명 ‘국경 관세’ 25%까지 적용하면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전날 보복 대응으로 미국 150만가구와 기업 등에 송전하는 전기요금에 25% 할증료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트루스소셜에 “상무부 장관에게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50%까지 부과하라고 지시했다”고 엄포를 놨다. 기존의 두 배에 해당하는 더욱 강력한 관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결국 양측은 한 발씩 물러섰다. 포드 주지사는 엑스를 통해 미국 상무부와 공동 성명을 내고 할증료 부과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결정을 재고하겠다”며 ‘더블’ 관세를 유예키로 했다. 양측은 13일 협상하기로 했는데, 결과에 따라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 질서가 중대한 갈림길에 놓일 전망이다.

EU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다음달부터 260억유로(41조 원)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선박,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등에 다음달 1일부터 80억유로 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같은달 13일까지 추가 관세를 부과할 품목 180억유로어치를 별도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일부 공산품 및 농산물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AFP)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응해 EU는 소비자들과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만 한다”며 정당성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80억달러 상당 (EU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우리는 260억유로 상당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효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첫 관세라는 점, 트럼프 1기 때 무역전쟁을 개시했을 때와 같은 품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만큼 반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외신들은 “가장 먼저 보복을 예고한 캐나다와 EU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팽배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인 관세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미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국이 어떤 보복을 취하는지에 따라, 관세전쟁이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은 이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국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보호무역주의엔 퇴로가 없으며,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엔 승자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 보편관세를 부과받은 중국은 지난 11일부터 미국산 밀과 옥수수 등 29개 품목에 15%, 육류와 수산물 등 711개 품목에 10%씩 관세율을 높이는 보복조치를 시행했다.
방성훈 기자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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