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통과' vs '로그인 완료'…LGU+發 출근시간 논란

입력시간 | 2026.07.29 오전 11:00:21
수정시간 | 2026.07.29 오전 11:00:21
  • LGU+ 시업 기준 가이드라인 둘러싼 노사 시각차
  • 사측 “로그인해야 지각 아냐”
  • 노조 “PC 부팅·클라우드 접속도 업무 준비” 반발
  • 法 “미접속 지각 제재 시 준비시간도 근로시간”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출근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회사 출입문을 통과하는 순간일까, 아니면 자리에 앉아 업무용 PC에 로그인하는 순간일까.

사소해 보이는 출근시간 몇 분이 LG유플러스(032640)에서 때아닌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회사가 최근 시업(업무개시) 기준과 근태 운영 원칙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PC 접속 시간을 시업시간으로 공지하자, 노조는 “업무 준비도 근로 시간”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게이트웨이 통과냐 vs PC 로그인 완료냐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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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LGU+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근태 운영 기준을 안내했다. 회사는 선택근무제의 정확한 운영을 위해 업무 개시 시점을 보다 명확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클라우드 PC 접속 시각이 사실상 출근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직원이 제시간에 회사에 도착했더라도 PC 부팅이나 클라우드 서버 지연으로 인해 접속이 지연되면 지각으로 인정될 수 있어서다. 특히 서버 업데이트나 시스템 장애처럼 회사 인프라 문제까지 직원이 떠안게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LGU+ 민주지부 관계자는 “회사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준비시간, PC 접속 및 부팅을 준비하는 과정도 사용자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업무의 연장이므로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며 “이를 개인의 시간으로 넘기는 건 명백한 위법이며, 직원들에게 공짜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입기록과 접속기록을 대조하는 방식 역시 직원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반면 회사는 취지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게이트만 통과한 뒤 사내 카페를 이용하거나, PC만 켜놓고 자리를 비우는 일부 사례를 막기 위한 근태 관리 차원이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시차출퇴근제와 선택근무제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시업시간을 업무를 시작할 준비가 된 시각으로 보고 있고, 시업 시각 이전에 접속을 완료해야 지각이 아니라고”고 밝혔다.

LGU+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노조가 미리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향후 일방적인 기준으로 운영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례가 보는 기준은 ‘준비시간’이 아니라 ‘지휘·감독’

그렇다면 법원은 어떻게 볼까. 대법원은 출근 시간과 업무 개시 시간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92도1855). 단순히 회사 건물에 도착하거나 출입 게이트를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시간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대법원(2014다74254 등)과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업무 개시 전이라도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준비행위이고, 이를 하지 않으면 인사상 또는 임금상 불이익을 받는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쟁점은 로그인 행위 자체가 아니라 회사가 로그인 완료를 사실상 출근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회사가 오전 9시까지 클라우드 PC 접속을 완료하지 않으면 지각으로 처리한다면, 직원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그보다 앞서 출근해 PC를 켜고 접속을 준비해야 한다. 이 경우 준비시간 역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접속시각을 단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거나, 시스템 장애와 접속 지연 등을 충분히 감안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준비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즉 법원이 보는 핵심은 게이트 통과 시간이나 로그인 시간보다는 회사가 그 시간을 사실상 출근 기준으로 삼아 직원을 통제했는지 여부다. 로그인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각이나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그 이전의 준비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렇지 않다면 법적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조 측의 주장에 좀 더 힘을 실어준다.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로비 전경(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로비 전경(사진=LG유플러스)

통신업계는 더 유연…출근의 기준도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디지털 업무 환경 변화가 낳은 새로운 숙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등 경쟁 통신사는 조직과 직무 특성에 따라 사옥 출입 게이트 통과 시각이나 업무용 전화기 연결, 모바일 협업 시스템 접속 등을 출근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업장과 조직별 운영 방식은 서로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유연근무제가 정착할수록 분 단위 기록을 대조하는 방식보다 노사 간 신뢰와 안정적인 업무 인프라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근태 관리와 근로시간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 기업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훈 기자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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