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3년 3개월 만에 최고…한은 ‘물가와의 싸움’ 길어지나
- 8월 근원물가 3.4%…2023년 5월 이후 최고
- 통신비 기저효과 빼도 2%대 중후반…서비스 물가 ‘끈적’
- 한은 올해·내년 근원물가 전망 2.5%로 상향
- “10월 동결 가능성…물가 안 잡히면 11월 추가 인상”
특히 경기 회복과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근원물가의 하락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9~10월 근원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내려오는지가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통신비 ‘착시’ 걷어내도 2%대 중후반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7월(2.6%)보다 0.8%포인트 높아져 2023년 5월(3.8%)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8%에서 3.1%로 올랐다.
근원물가가 한 달 새 갑자기 3%대 중반으로 뛴 데에는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지난해 8월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이동전화료가 올해는 전년 동월 대비 26.8% 뛰면서 근원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통신비 기저효과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을 2%대 중후반으로 추정한다. 조준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저효과를 걷어낸 실제 근원물가 흐름을 2.6~2.7% 수준으로 봤다. 8월의 3.4%만 놓고 물가 압력이 갑자기 크게 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저효과를 제외하고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당폭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 압력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품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을 모은 생활물가지수는 7월 2.5%에서 8월 3.2%로 뛰었고,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개인서비스 물가도 3.5% 올라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은도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7%로 유지하면서 근원물가는 2.4%에서 2.5%로 높였다. 내년 전망도 2.3%에서 2.5%로 상향했다.
국제유가 등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완화되더라도 경기와 소비 회복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이 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소득 늘고 소비 살아나면 물가도 ‘끈적’…추가 인상 변수향후 변수는 경기 회복이 소비와 서비스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다.
한은은 최근 수요 측 물가압력이 높은 시기에 GDP갭이 1%포인트 확대되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0.1~0.4%포인트 높아지고, 반도체 가격 상승 등 교역조건 개선으로 소득까지 늘어나면 0.05~0.2%포인트의 추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가계소득과 소비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근원물가의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5%를 넘어서는 국면에서는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번지는 경향도 강해졌다. 최근 여행·숙박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보이는 만큼, 한은은 근원물가가 상당 기간 2%대 중후반을 이어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관건은 통신비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9월 이후다. 기저효과가 소멸하면 근원물가 상승률 자체는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근원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내려올 수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근원물가는 헤드라인 물가보다 경직성이 강하다”며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가 얼마나 꺾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준우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8월 통신비 기저효과를 제외한 실제 근원물가 흐름은 2.6~2.7% 수준”이라며 “기저효과가 사라져도 근원물가의 하방 경직성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9~10월 근원물가 흐름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지욱 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 상무는 9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을 각각 3.0%, 2.8%로 전망했다. 근원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2%대 중후반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 상무는 “9월 근원물가가 3%를 웃돌거나 가계부채와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다면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물가 압력이 한은의 예상보다 강하면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9~10월에도 근원물가가 3%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개인서비스 중심의 물가 압력이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논거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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