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임단협 ‘강대강’ 대치…성과급·AI 도입 놓고 평행선
- 현대차 노조 “사측 지급능력 충분”…순이익 30% 성과급 요구 고수
- AI·로봇 도입 시 노조 협의 의무화 요구, 사측 “경영권 침해” 우려
- 美 관세 리스크·경기 둔화 속 고강도 요구안에 장기 교섭 가능성

구호 외치는 현대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는 최근 2026년 임단협 3차 교섭 이후 소식지를 통해 “요구안 근거는 충분하고 사측의 수용 능력도 차고 넘친다”며 사측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지금까지 교섭 중 교섭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사측의 불성실한 답변과 태도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요구사항에 답변하고 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임금 인상(기본급 14만9600원)뿐 아니라 별도 요구안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집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요구안에 기본급 인상 외에도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포함했다. 특히 2025년 영업이익 11조4000억원을 언급하며 “4만 조합원의 결과물인 만큼 요구안을 전폭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제시한 교섭 방향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노조는 “사측이 임금교섭에만 집중하자고 요구하며 별도 요구안 논의를 사실상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요구안을 ‘개악안’이라고 규정하며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AI·로봇 등 신기술 도입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AI 및 자동화 기술 도입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노조 협의를 의무화하는 단체협약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생산 현장과 연구개발(R&D) 부문을 중심으로 AI·로보틱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노조가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회사 측은 기술 도입과 생산 효율화 문제를 경영 판단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노조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생산라인 운영과 미래차 투자 전략 전반에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경쟁 심화 속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AI·자동화 관련 협상은 향후 노사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아 노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아 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026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인상 외에도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과 자사주 지급 확대, 출산장려금 1억원 인상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29대 노조 집행부 특별 성과급 1000만원 즉각 이행 건과 광주공장 대형버스 ‘그랜버드’ 지속 생산 요구와 광주 3공장 고용안정 문제도 주요 안건으로 채택됐다.
기아 노조 내부에서는 AI와 전동화 전환에 따른 생산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조합원 상당수가 고용 안정과 미래차 생산 대응을 핵심 과제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교섭에서는 단순 임금 인상을 넘어 미래 생산체계 변화에 대한 노사 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교섭 장기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19일 후속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합의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사측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강화 움직임과 글로벌 경기 둔화, 전기차 수요 정체 등 대외 리스크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역대급 실적에 걸맞은 성과 배분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이어 AI와 로봇 기술 확산이 제조업 현장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노사 간 갈등이 국내 완성차 산업 전반의 노동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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