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7일엔 중도금, 잔금 치른다고 밤 10시에 퇴근했는데 28일 이후 전화가 안 온다. 6억원대 급한 매물들은 다 팔렸다.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다.”

30일, 30도가 넘는 때양볕이 내리쬐는 서울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한산했다. 해당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는 “대책 나오는 27일까지 정신이 없었으나 그 뒤로는 전화 한 통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30일 서울 노원구 노원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이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다.(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이재명 정부가 28일부터 수도권 주택 매입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등 주택 매수시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으로 풍선효과가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대책이 시행된 지 고작 이틀째라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뚜렷한 모습이었다.

도봉구 방학동 인근 공인중개사, 금천구 독산동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뚝 끊겼다”며 “매수 문의 자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 상계동 상계주공2단지 58㎡는 매도 호가가 28일 각각 12억원, 6억원에서 13억원, 7억원으로 1억원이나 올랐지만 이는 급하지 않은 매물이라는 평가다. 태릉해링턴플레이스는 6월초 11억 3000만원, 상계주공2단지는5억 6700만원에 팔렸었다. 매도 호가가 한 달도 안 돼 1억원 훌쩍 넘게 오른 것이다. 해당 매물을 취급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이 매도 호가를 올려달라고 했지만 매도가 급하지 않은 매물”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인근도 일정 금액 밑으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라는 매도자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노도강 인근의 공인중개사들은 대책 전에는 거래가 더 활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10건 중 8건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수)였다”며 “여기는 상급지, 준상급지를 못 가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서 오는 곳인데 ‘6억원 대출 한도’와는 무관하지만, 전반적으로 대출을 줄이니 매수 문의가 끊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건축에 돌입하는 상계주공5·6단지가 인접해 있기 때문인지 “지난주에 샀어야 했나”라는 탄식이 섞인 문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기준으로 최대 6억원을 대출받아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최고가격은 8억 6000만원 수준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5월 아파트 중위매매 가격이 8억 6000만원 이하인 곳은 노도강, 금관구를 포함해 총 12곳으로 절반도 안 된다. 그로 인해 대출을 덜 받아도 되는 노도강, 금관구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창섭 우대빵부동산 대표는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내 눈앞에 있는 노도강 등의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러한 대책이 진작에 나왔어야 한다”며 “강남구 국민평형(84㎡)이 40억원에 달할 정도인데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 젊은 사람들이 마음이 급해져서 빚을 내서 샀지만 이는 문제가 있다”며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정해진 만큼 돈을 그만큼 못 빌리면 강남 수요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지 않겠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