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철강…美쿼터제 폐지→관세폭탄 '최악 시나리오' 촉각

입력시간 | 2025.02.10 오후 6:05:25
수정시간 | 2025.02.10 오후 6:57:23
  • 적용국가·범위 관심…재협상 가능성
  • 미국, 자국 내 철강수요 충족 어려워
  • 국내 철강사 美 현지 진출 속도 전망
[이데일리 김은경 하지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는 기존에 시행 중이던 쿼터제가 폐지되고 한국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을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이번 관세 조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첫 임기 때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한국은 협상 끝에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해 연간 ‘263만톤(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쿼터제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구상대로 미국이 모든 철강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면 이미 대미 수출에서 손해를 본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철강사들은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쿼터제 여파로 한국의 대미 철강재 수출량은 2017년 340만톤(t)에서 2018년 250만t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량은 259만1958t으로 전체 수출(2734만1203t)의 약 9.5%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 경북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사진=포스코)

韓가격 경쟁력 약화…관세 영향 ‘제한적’ 전망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결과 따라 쿼터제가 유지되고 이 외의 물량에 대해서만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관세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비슷한 관세를 부과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호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쿼터제가 유지돼도 추가 관세가 사실상 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우대 정책을 뜻하는 만큼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높아진 무역 장벽으로 중국산 저가 철강재 물량 밀어내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올해도 중국 공급 과잉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으로 가지 못한 중국산 철강재가 인접국가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25% 일괄 관세가 현실화해도 해도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이 자국 내 철강 수요를 현지 생산 물량으로 전부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는 관세 조치 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글로벌 4위인 미국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7950만t으로 6위인 우리나라(6351만2000t인)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재윤 실장은 “미국이 단기간 내에 자국산으로 철강 제품을 대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개별 관세 조치는 완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조성대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 실장도 “미국 내 철강 수요는 자국산으로 전부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황에 따라 미국의 계산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내 철강사 美 제철소 진출 ‘출구전략’ 필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현지 제철소 건설에 대한 의사결정은 앞당겨질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재 미국 내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강관 업체인 세아제강지주의 경우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현지 생산법인을 활용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철강 업황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큰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미국 현지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내 정권 교체로 관세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관세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가 수년 뒤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인 현지 공장 운영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등 출구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손 대표는 “미국은 우리나라를 중국의 철강 우회 수출 국가로 의심하고 있다”며 “미국과 관세 협상 시 빌미가 되기 않기 위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 물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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