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송평수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대변인,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에 대한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피고인 측은 해당 사건이 명예훼손 사건으로 검찰에게 수사권이 없다며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수사권에 대한 판단을 먼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은 이날 오후 4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 JTBC 기자 봉씨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검찰의 수사권 여부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봉 기자 측 변호인은 “검찰청법 개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경제·부패 범죄로 한정돼 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에도 위배해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없어 공소기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봉 기자 측은 검찰 수사권 남용의 연장선에서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가 모두 위법수집증거라며 모두 부동의했다. 또 공소장에 언급된 김만배 씨의 대장동 사건과 이번 사건이 “죄명, 시간, 공간이 모두 다르다”며 “대장동이 언급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변인 측 변호인도 검찰 수사권을 문제 삼으면서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검찰의 공소장 대부분이 송 전 대변인과 관계 없는 사실이 기재돼 있다며 “예단을 가지게 하는 잘못된 공소제기”라고 비판했다. 허 대표 측 변호인도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와 수사개시권 범위를 벗어났다며 증거를 모두 부인했다.

반면 검찰 측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민간업자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명예훼손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적법하단 입장이다. 검찰 측은 “부패·경제 범죄인 대장동 개발 수사 중 직접 관련성이 있는 허위 언론 인터뷰 유포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검찰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인정해서 관련 피고인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수사개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심판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표현을 간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소장 기재 사실이 모두 피고인들의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자체가 장황하면 소송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며 “구성요건적 행위와 직접 관련된 사실만을 공소장에 적시하도록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권고했다. 앞서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학림 사건에서도 재판부의 요청으로 공소장을 축소한 바 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 수사권을 재판부에서 먼저 검토하고 다음 기일에 다시 말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재판 진행 후 선고에서 수사권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밝히는 관례와 달리 피고인 측이 검찰 수사권에 관한 판단을 먼저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28일 오후 3시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봉 기자는 2022년 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뷰를 왜곡해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의 청탁을 받고 대장동 자금책인 조우형 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보도한 혐의를 받는다.

허 대표는 ‘윤 후보가 조씨 수사결과를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에게 보고하고도 조씨를 모른다고 거짓말했다’는 허위 사실을 보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송 전 대변인이 허위로 조작한 ‘가짜 최재경 녹취록’ 허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