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최정희 이배운 기자]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로 확대 시행되면서 후폭풍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마포와 강동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토허제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단기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적용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토허제 확대 지정과 관련한 정부 자료집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풍선효과는 강동·마포까지…수도권 확산은 힘들듯

이데일리는 이날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 부동산팀장,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등 4명의 국내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토허제 확대 재시행 관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달여 만에 토허제를 다시 지정한 가장 큰 목적이 ‘시장 안정’인 만큼 토허제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시적 숨고르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토허제는 단기적으로 매물이 줄고 갭투자 수요 억제로 과열 지역의 가격 상승을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매물 부족이 심화 돼 실수요자의 선택지가 줄고, 매물 감소 현상이 지속되면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 부동산팀장은 “토허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며 “금리 인하나 공급부족 등 더 자극적인 변수들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토허제 시행으로 풍선효과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초인접 지역인 강동구나 마포구까진 풍선효과가 번질 수 있으나 그 외 지역으로 확산은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풍선효과는 규제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막히며 인근 지역으로 거래가 옮겨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마포, 강동과 성동까진 풍선 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 지역들은 토허제까진 아니어도 조정 대상 지역,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서울에서는 강동구 둔촌동,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아현·공덕·신공덕동, 성동구 성수동1가·왕십리 도선동·행당동 등이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이들 지역은 최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기존 허가구역과 인접하거나 재개발·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곳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마포, 강동을 넘어서 인근 수도권으로 상승세가 확산할지를 두고선 미미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 팀장은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어 강남 지역 부동산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강남 못 사게 됐다고 갑자기 과천, 분당 등으로 눈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당, 과천의 경우 서울 집값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따라가면서 꾸준히 우상향하는 곳으로 풍선효과로 서울 인근 수도권들이 일부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엄청난 상승으로 보긴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 부동산팀장, (사진=이데일리)

◇토허제 지정, 상급지 갈아타려는 실거주자에겐 ‘기회’

이번 토허제 지정과 동시에 시장 전반적으로 1주택 이상 보유자와 갭투자(전세 낀 매매) 대출 문턱도 한층 높아지면서 상급지로 갈아타려 했던 실수요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실거주자들에겐 차라리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 역시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실거주 목적이 분명하고 자금조달계획이 명확한 경우에는 허가가 가능하므로, 준비된 수요자라면 상급지 진입이 가능”하다며 “특히 규제가 강화될수록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수요가 재편되기 때문에 상급지 갈아타기는 실거주와 투자 목적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자금이 되고 대출을 받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면 갭투자 수요는 제한되고 실거주 수요만 남은 차라리 지금이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는 서울의 오피스텔이나 고급 빌라 등 비아파트로 수요 분산할 지에 대해선 ‘선별적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목동 파라곤처럼 목동 아파트를 대체하고 인프라도 공유하는 오피스텔 같은 곳은 수요가 어느 정도 이동할 수 있으며 빌라도 아파트를 대체할 인프라를 갖춘 곳 들은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는 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큰 영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비아파트의 경우 실거주 의무나 허가 절차가 없는 부동산 상품들이어서 일부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입지·상품·가격 조건이 명확히 검증된 곳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