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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혜 기자]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케이블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이유, 무엇일까요?

AI 시장에서 지금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키워드 ‘케이블’ 때문입니다.

먼저 AI 데이터센터부터 볼까요?

챗GPT 같은 서비스를 돌리려면 GPU 서버가 수천, 수만 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서버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겁니다.

과거는 서버 한 랙이 5kW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GPU가 들어오면서 한 랙이 100kW 이상을 잡아먹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GPU 서버는 한 대만 돌려도 30kW 이상, GB200 같은 차세대 장비는 120kW까지 필요하죠.

이 엄청난 전력을 공급하고 동시에 데이터를 빠르게 옮기는 데 필요한 게 바로 전력 케이블과 광케이블입니다. 케이블이 없으면 엔비디아 칩도, 구글 AI도, 메타 서비스도 전혀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이죠.

지금 미국은 느린 구리선 기반의 인터넷망을 해체하고 대규모로 광케이블망을 깔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90% 이상은 바닷속 해저케이블을 통해 오가는데요. 이에 발맞춰 구글·아마존·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통신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해저케이블을 발주하며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까지 장악하려는 중입니다.

두 번째는 에너지 전환입니다.

유럽은 해상풍력을 대규모로 늘리고 있고 미국은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죠.

여기서 핵심은 HVDC(초고압 직류 송전 케이블)입니다. 이 방식은 교류를 직류로 바꾼 뒤 전압을 높여 보내기 때문에 전력 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죠

이 케이블은 단순한 전선이 아닙니다. 해저를 건너 전기를 보내고 국가 간 전력망을 잇는 에너지 혈관입니다. 이에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안보와 전력 교역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발트해와 대만해협에서 해저케이블이 파손되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유럽연합)가 직접 해저 인프라 보호 전략을 세우며 국가 안보 자산으로 격상시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수요 구조 변화입니다.

과거 전력망은 국가 유틸리티, 통신망은 대형 통신사가 발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판이 달라졌죠.

민간 해상풍력 개발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사, 그리고 구글·메타·MS·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까지 직접 케이블 발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즉 국가와 민간 기업까지 동시에 수요를 만드는 구조로 바뀐 겁니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톱픽으로 LS(006260)를 꼽습니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에 더해 전력망 투자 수혜까지 동시에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해외에서는 두 종목이 주목됩니다. 바로 AI 서버 확산의 수혜주인 크레도 테크놀로지(Credo Technology)와 글로벌 광섬유 케이블 분야 1위 기업인 코닝(Corning)입니다.

AI와 에너지 전환. 두 축이 동시에 케이블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광케이블 없이는 돌아가지 않고 전력망 전환은 HVDC 케이블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전력과 통신을 동시에 지탱하는 케이블 산업

‘케이블 전성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