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벽 넘지 못한 한화오션…세계는 K잠수함을 봤다

입력시간 | 2026.07.07 오전 11:00:07
수정시간 | 2026.07.07 오후 12:30:09
  • 나토 동맹에 밀려 캐나다잠수함 수주 불발
  • K잠수함 기술력·작전 수행능력 우수성 알려
  • 사우디·UAE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
  • “긍정적 레퍼런스 활용돼 유리한 입지 확보”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아쉽게 밀리며 수주가 불발됐지만 업계에서는 실패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비록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벽을 넘지 못해 캐나다 시장은 놓쳤지만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K잠수함의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남은 글로벌 잠수함 프로젝트에서도 긍정적인 레퍼런스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7일 캐나다잠수함 사업 결과 관련 입장문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사진=한화오션 제공)

이번 캐나다 수주전은 잠수함 성능보다 국가 전략이 승부를 가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 기술력 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동맹, 산업협력,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국가 대 국가’(G2G) 경쟁이 새로운 승부처가 됐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정부는 발표문에서 이번 사업의 목표로 캐나다의 주권 수호와 함께 “나토를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집단 안보”라고 명시했다. 북극 안보 전략, 나토 상호운용성, 장기 유지보수 체계, 산업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캐나다 차기 잠수함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북극 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나토 동맹국과 공동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또 기존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독일제 잠수함을 운영해 연합 작전과 정비 등에 유리다는 점도 독일 TKMS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한 212CD 계열 잠수함이 승기를 가져간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수주전은 불발로 끝났지만 한화오션은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한화오션은 수주 초기부터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의 잠수함 분야 강자들을 제치고 독일 TKMS와 최종 2파전까지 오르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또한 수주전을 진행하면서 한화오션의 도산안창호 잠수함(장보고-Ⅲ 배치I)은 경남 진해에서 괌,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까지 1만4000km를 항해하기도 했다. 이는 K방산의 우수성과 장거리 작전 능력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짧은 건조 기간과 가격 경쟁력, 리튬이온 배터리 적용 기술, 한국 해군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 등을 앞세워 독일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미시장은 물론 유럽시장에서 K잠수함 수출길이 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 3월 25일 진해군항을 출항한 해군 3000톤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SS-Ⅲ)이 미국 괌을 거쳐 지난 5월 4일(한국시간) 군수적재를 위해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해 있다.(사진 제공=해군)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 3월 25일 진해군항을 출항한 해군 3000톤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SS-Ⅲ)이 미국 괌을 거쳐 지난 5월 4일(한국시간) 군수적재를 위해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해 있다.(사진 제공=해군)

아직 방산 수출을 위한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남아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동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국방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해군력 강화와 함정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는 최대 1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UAE도 해군 전력 증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시장도 주목할만하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해군 현대화를 추진하며 잠수함 전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기술 이전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여기에 미국 해군 MRO 사업을 발판으로 북미 시장에서 함정 건조와 공동 개발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캐나다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이 향후 해외 수주전에서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캐나다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유럽시장에서 까다로운 평가를 거쳐 최종 단계까지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 해외 사업에서 긍정적인 레퍼런스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동, 동남아 등 후속 시장에서는 더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Type 212 계열 잠수함.(사진=TKMS)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Type 212 계열 잠수함.(사진=TKMS)

김기덕 기자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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