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방화로 추정되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사고가 났을 때 폭발음을 듣거나 대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본 신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오전 불이 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 복도가 불에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21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사고의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고 총 17건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최초 신고 시각으로부터 3분 만인 8시 2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는 오전 8시 17분 41초에 접수됐다. ‘관악구 ○○ 아파트 109동’이라고 밝힌 신고자는 “지금 불이 났다”고 신고했다. 그는 “5층에 막 터지고 난리가 났다”며 “지금 밖에서 보고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최초 신고를 시작으로 1분 새 7건이 접수됐다. 8시 17분 35초쯤 신고자는 119에 “불꽃이 나오고 창문이 폭발해서 사람들이 매달려 있고 옆집까지 불이 번져서 사람들이 매달려 있어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파트에서 일하던 미화원과 경비원도 신고했다. 자신을 미화원이라 밝힌 신고자는 “109동 401호 불이 났다”며 “지금 출근하면서 봤다”고 전했다. 불이 난 아파트가 아닌 맞은 편 아파트 주민 역시 “맞은 편에서 불이 났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신고자들은 대부분 ‘폭발 소리’가 들리고 검은 연기가 자욱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지나가다가 폭발소리가 들리더라”, “아마 가스 터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불꽃이랑 검은 연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막 터지는 소리 나고 난리다. 빨리 와달라”고 다급하게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21층 규모 아파트의 401호와 404호에 난 것으로 추정된다. 4층 복도에서는 방화 용의자인 A(61·남)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고, 70대, 80대 여성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외에도 낙상, 연기흡입 등 경상자 4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단순 연기흡입으로 현장 조치를 받은 사람도 7명 있다.

경찰은 A씨가 기름통이 든 오토바이를 끌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한 뒤 농약 살포기로 4층에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화재가 있기 15분 전 A씨는 아파트로부터 직선거리 1.4㎞ 떨어진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도 불을 냈다. 그의 거주지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와 함께 5만원 지폐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A씨는 과거 불이 난 이 아파트의 3층에서 지난해 11월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그가 살던 집은 비어 있으며, 과거 윗집이자 방화 피해자인 4층 주민과 층간 소음 문제로 폭행 시비가 있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주민들도 평소 A씨가 이웃과 갖가지 갈등을 빚어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층간소음이 범행의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