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에서 '데이터'로...도시개발 패러다임 바뀐다 "AI시티, 지자체 장벽 허...
- 이정훈 교수 "실패 용인하는 '실험 도시'로 체질 개선해야"
- 기술보다 강력한 거버넌스가 성패 좌우
[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국책 사업인 ‘광주·전남 AI 메가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한민국 AI시티 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물리적 AI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초연결 지능사회’의 입구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계 주요 도시들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형 AI 시티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공동 연구하는 ‘스마트 시티 인덱스’ 분석에 참여해 온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정훈 교수는 지난 10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통합 능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도, 구조적인 단절로 인해 가치 창출 단계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에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도로 닦던 시대의 종말, 데이터 플랫폼이 도시 경쟁력
이정훈 교수는 미래 도시의 성패가 물리적 공간(Space)이 아닌 데이터(Data)에 있다고 단언한다. 과거 도시개발이 도로를 넓히고 토지를 구획하는 ‘토건 중심’이었다면, AI 시대의 도시는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생성된 가치가 원활하게 순환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도시 행정의 체질 역시 보수적인 ‘관리’에서 탈피해 실패를 용인하는 ‘실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지방 도시에 단순히 산업 시설이나 공장을 유치하는 것보다 혁신을 주도할 인재들이 머무를 수 있는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최근 통과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을 기반으로 권역별 ‘도시지능센터’ 표준 모델을 신속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홀로 플랫폼’에 갇힌 지자체...막힌 혈관 뚫을 컨트롤타워 부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세종시와 부산시의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이유로 이 교수는 ‘제도와 거버넌스의 파편화’를 꼽았다.
현재 한국의 공공 데이터는 정부 부처별로 분절되어 생산되는 구조다. 게다가 광역지자체는 물론 기초지자체(구청) 단위까지 서로 호환되지 않는 자체 플랫폼을 난립시키면서 각자의 데이터 성벽을 쌓는 이른바 ‘데이터 사일로(Silo)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는 넘쳐나는데 정작 유기적인 소통과 융합은 가로막힌 ‘동맥경화’ 상태인 셈이다.
이 교수는 “기존 국토교통부 중심의 단편적인 시각으로는 전 부처를 아우르는 AI 시티를 구현하기 어렵다”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등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단일 컨트롤타워가 가동되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표준 아키텍처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이전틱 AI’‘로 진화하는 글로벌 도시들
세계 스마트시티 경쟁의 축은 이미 눈에 보이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넘어 장기적인 데이터 인프라 투자와 운영 효율화로 옮겨갔다. 싱가포르와 바르셀로나 같은 초일류 도시들은 데이터 경량화와 자동화를 통해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도시 스스로 판단하고 행정을 처리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도입이 눈에 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AI 시스템으로 건축 허가 승인을 자율 결정하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는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거대한 실증 실험장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도시들의 오픈 데이터 비중이 2024년 38%에서 2026년 현재 51%까지 급증한 것은 이러한 지능형 데이터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여전히 교통과 모니터링 중심의 일차원적 활용에 머물러 있어, AI를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절감에 적극 도입하는 유럽형 친환경 스마트시티 모델(Green AIDC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한국의 무기: 따뜻한 기술을 향한 ’원팀‘의 노력
국가가 주도하여 일사불란하게 실증 지구를 넓혀가는 중국이나, 단일 가버넌스의 압도적인 효율성을 자랑하는 중동(두바이·아부다비)과 비교할 때 민주주의와 개인정보 주권을 존중하는 한국은 의사결정 속도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대한민국 스마트시티의 지향점으로 세 가지 키워드(정부, 민간, 가치 등)를 제언했다.
이정훈 교수는 “결국 가장 중요한 본질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라며 “글로벌 도시 전쟁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민간 기업, 학계가 사소한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하나의 팀(One Team)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사진=어쨌든경제 방송 캡쳐]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사진 우측)가 지난 10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1300710.jpg)
[사진=어쨌든경제 방송 캡쳐]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사진 우측)가 지난 10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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