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대선 선거운동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유세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인사들의 잇단 ‘말실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기호 강원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문수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권 원내대표는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를 소개하던 중 “김문수만은 절대 용납을…”이라고 말했다.

실수를 알아차린 권 원내대표는 곧바로 “아, 김문수가 아니라 죄송하다. 이번엔 이재명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급히 정정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이번 대선 중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당 후보로 내세워 “알량한 대선 후보 자리를 유지하려고 고집 부리지 말고 빨리 단일화를 하라”며 김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었던 바 더욱 웃픈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진=MBC 캡처)

국민의힘 의원들이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날 원주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강원총괄선대본부장 한기호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한 의원은 “이재명,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김정은이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다가, 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모시고 확실하게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말한 뒤 거수경례와 함께 “필승!”을 외쳤다.

현장의 열기로 인해 한 의원은 물론,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도 실수를 인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지난달 29일 인천 미추홀구 유세에서 “제가 구박받는 거 멈춰주기 위해서라도 제발 2번 이재명 후보를 찍어주셔야 한다”고 외쳤다.

이에 진행자가 “김문수 후보”라고 정정하자 “죄송하다, 2번 김문수 후보를 찍어주셔야 한다”며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이처럼 연이은 실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세 막판 긴장감과 피로감이 겹쳐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