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를 앞두고 열린 세 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이 막말과 비방으로 얼룩져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23년 전 제16대 대선 토론회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토론 영상이다.

(사진=유튜브 ‘그때 그 마음’ 캡처)

2일 현재 유튜브에는 ‘지금과 달랐던 품격 있는 토론’이라는 제목의 1분짜리 쇼츠 영상이 조회수 1200만회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영상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출연했던 토론회 영상 중 특정 부분을 짧게 편집한 것으로, 두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주장과 반박을 이어갔다.

노 후보는 수도 과밀 문제를 지적하며 수도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서로 말의 흐름을 끊거나 비꼬지 않고 조리 있게 의견을 밝혔다.

이 후보는 “노 후보가 주장하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물어보겠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까지 옮겨간다면 국도가 옮겨가는 것”이라며 “그러면 서울이 어떻게 되겠는가? 부동산값이 떨어질 거다. 서울이 공동화되면 큰 경제적인 혼란이 올 것이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행정 수도 이전을 말하고 있는지 좀 더 신중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 후보는 “사실을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 저는 행정 수도, 행정 기능을 충청권으로 옮겨가고, 거기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100만명씩 서울 시민을 다 모시고 간다는 게 아니다. 불가능한 얘기다”라며 “행정수도가 만들어지면 서울이 옮겨간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워싱턴이 있다고 뉴욕이 다 옮겨지는 게 아닌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행정 기능이 옮겨가는 것이다. 서울은 그 이외의 경제적 기능, 동북아 시대의 물류·비즈니스 중심지로 막강한 경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은 서울로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고, 행정 수도는 행정수도로 50~100만명 수준의 신도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문제는 이것을 선동처럼 말씀하시는데 서울이 옮겨가는 게 아닌데 땅값·집값이 내릴 리가 없고, 이대로 서울을 그대로 두면 과밀되어 더 견딜 수가 없다. 환경 때문에, 교통 때문에, 집값 때문에, 교육 때문에 온갖 파동이 다 일어나고 있지 않나”며 “서울의 과밀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 행정 수도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토론회의 다른 부분을 편집한 영상들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연금 개혁에 관한 토론 내용을 담은 쇼츠는 약 205만회의 조회수를, 시장 개방에 대한 여야 초당적 합의의 필요성에 두 후보가 공감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약 8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뉴시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원색적인 네거티브가 아닌 상대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현재 대선 후보 토론회와 대조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질문과 답변 속 각자 입장이 분명하게 느껴지고, 딴지 거는 것 없이 경청하는 모습이 너무 건강하다”는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누리꾼은 “정치의 방향은 달라도 토론 자체가 품격 있다”고 평가했다.

또 “서로가 반론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설명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토론을) 준비했는지 보인다”는 댓글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20년 후 토론이 아니라 20년 전 토론이 맞나” “이걸 보니 정치권이 20년 동안 얼마나 퇴보했는지 느껴진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