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려면 60억" 호르무즈 막히자 파나마 '대혼란'

입력시간 | 2026.04.17 오전 11:25:05
수정시간 | 2026.04.17 오후 12:34:13
  • 中 운용 유조선 60억 내고 대기 없이 파나마 통과
  • 중동산 원유 의존 큰 亞정유사들 미국산으로 눈 돌려
  • 미국발 화물량 급증에 파나마 운하 대기 평균 3.5일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서면서 아시아·북미 항로의 핵심 관문인 파나마 운하의 병목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줄을 서지 않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비용은 전쟁 이전보다 4배 치솟은 400만달러(약 59억2000만원)에 육박했다.

9일(현지시간) 파나마운하 발보아항에 설치된 크레인.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액화석유가스(LPG)를 운송하는 한 유조선이 최근 대기 없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경매에서 40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기열을 건너 뛰기 위한 ‘새치기 비용’으로, 파나마 운하 통행료와는 별개다. 이란 전쟁 발발 초기인 3월 초까지만 해도 이 비용은 100만달러(약 15억원) 를 밑돌았다.

에너지 데이터 기업 보르텍사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중국 완화화학이 운용하는 싱가포르 국적 선박 ‘가스 버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 버고는 미국 텍사스에서 선적한 LPG를 싣고 아시아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전쟁 이후 미국발 화물량이 급증하면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한 평균 대기 시간은 3.5일에 달한다. 이번 정체는 파나마 운하 측이 2023∼2024년 가뭄에 따른 수위 저하로 통행 선박 수를 급격히 제한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중동산 원유 및 가스 등에 크게 의존했던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미국산 석유 제품 등으로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다. 가뭄 사태 이후 미국 걸프 연안에서 생산된 원유를 파나마 운하를 통해 아시아로 수송하는 것은 비싼 비용 탓에 상대적으로 선호되지 않았지만, 정유사들이 확보 가능한 물량은 무엇이든 확보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인도와 같이 가정용 연료로 LPG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파나마 운하 당국은 “해당 LPG 선박의 경매 결과는 일시적인 시장 변화에 따른 것이며, 운하가 설정한 공식 요금이 아니다”며 “경매 가격은 개별 고객의 긴급성, 상업적 우선순위뿐 아니라 글로벌 수급 상황, 운임, 연료 가격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김겨레 기자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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