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서 '펑'" 선루프 산산조각…설마 내 차도?

입력시간 | 2026.08.31 오후 2:53:21
수정시간 | 2026.08.31 오후 3:13:09
  • 美서 선루프 폭발 신고 잇따라…올해만 498건
  • 5건 중 1건은 최신형…한국·일본 차도 다수
  • 기온·도로 파편 등 영향…"앞유리 재질로 바꿔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멀쩡하던 자동차 선루프가 갑자기 산산조각 나는 사고가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신고 건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차량 탑승자가 선루프 밖으로 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차량 탑승자가 선루프 밖으로 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접수된 선루프 폭발·파손 신고는 지난 20일 기준 올해에만 498건에 달했다. 2021년 350건에서 2023년 583건까지 늘었다가 이듬해 410건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550건으로 다시 뛰었다. 지금 속도라면 올해 역대 최다를 갈아치운다.

루이지애나에 사는 앰버 응우옌(26)은 최근 2025년형 렉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굉음을 들었다. 머리 위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선루프가 깨져 있었다. 그는 “농담이 아니라 총소리 같았다”며 선루프 안쪽 가림막이 닫혀 있지 않았다면 유리 파편을 뒤집어쓸 뻔했다고 회상했다.

연방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기록들도 아찔한 건 마찬가지다. 기아 미니밴의 선루프가 위스콘신 고속도로에서 저절로 터졌고, GMC SUV의 문루프는 아이들이 앉는 좌석 위로 떨어졌다. 총소리라는 표현은 신고서에 자주 등장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운전자가 알아채지 못한 도로 파편이 주범으로 꼽힌다. 고온이나 급격한 온도 변화로 유리가 급팽창하기도 하고, 설계·제조 결함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데이비드 베넷 미국자동차협회(AAA) 자동차 담당 이사는 “최근 몇 년 새 유리 면적이 커지면서 도로 파편에 더 취약해졌다”며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거나 오랫동안 바깥에 세워두면 유리에 부담이 더 쌓인다”고 설명했다.

WSJ 분석 결과 최근 3년간 접수된 신고는 제조사 17곳, 200개 넘는 차종에 걸쳐 있었다. 이 가운데 5건 중 1건은 2025년형이나 2026년형 신차였다. 사고는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셈이다.

한국 차도 자주 이름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지목된 차종에는 토요타 라브4, 혼다 CR-V와 함께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가 포함됐다.

현대차는 제품 결함이 확인되면 조치하겠다면서도, 여러 차례 연구를 의뢰했지만 고유 결함은 찾지 못했고 이물질이 유리에 부딪힌 문제만 확인됐다고 밝혔다. 혼다는 올해 판매된 CR-V의 95%에 문루프가 기본 장착된 만큼 단순 건수 비교로는 실제 발생률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기아와 토요타는 답변하지 않았다.

선루프는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미국 시장용 생산 차량 가운데 선루프 장착 비중은 10년 전 35%에서 50%를 넘어섰다. 2015년형은 1760만대 중 610만대에 그쳤지만, 2025년형은 1570만대 중 800만대로 미장착 차량(770만대)을 처음 앞질렀다.

그런데도 리콜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규제당국은 안전 결함이 아닌 도로 파편 같은 다른 요인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NHTSA 대변인은 선루프 파손으로 인한 충돌이나 중상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며 “선루프가 깨지면 놀랍고 비용도 들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조사했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NHTSA는 2013년 기아 쏘렌토를 시작으로 7년에 걸쳐 12개 넘는 제조사를 조사해 4000건 이상의 파손 사례를 확인하고도, 2021년 안전 결함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다른 차가 튀긴 작은 돌이 눈에 띄지 않는 손상을 남겼다가 나중에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 규정은 선루프에 강화유리와 접합유리를 모두 허용한다. 강화유리는 깨지면 자갈처럼 잘게 흩어지고, 접합유리는 조각이 플라스틱 막에 붙어 있어 흩날리지 않는다. 제조사들은 대부분 강화유리를 쓰고 있다. 다만 주요 유리 공급사들이 접합유리 등 개선된 소재로 옮겨가고 있어 앞으로는 파손이 줄어들 것으로 NHTSA는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제이크 피셔 컨슈머리포트 자동차시험센터 선임국장은 “앞유리는 접합유리를 써서 저절로 깨지지 않는다. 선루프도 같은 수준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결국 더 견고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성훈 기자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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